국민연금이 주식과 채권을 제외한 대체투자상품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기로 했다. 의사 결정 과정을 간소화해 투자 속도를 높이는 한편 사모투자 위탁자산을 늘리고 헤지펀드에 대한 직접 투자도 확대한다. 리스크를 감수하더라도 연금 수익률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3일 이 같은 내용의 국민연금 대체투자 집행개선 방안을 심의·의결했다. 기금위는 667조원에 달하는 국민연금 기금운용에 관한 최고 의사결정기구다.
우선 헤지펀드에 대한 직접 투자를 강화한다. 헤지펀드는 주식뿐 아니라 공매도, 전환사채(CB), 기업공개(IPO) 등 다양한 투자 전략을 활용해 절대 수익을 추구하는 펀드다. 국민연금은 그동안 ‘펀드오브펀드(재간접투자)’를 통해 해외 헤지펀드에 투자해 왔는데 앞으로는 포트폴리오 구축, 리스크 관리, 위탁사 선정 등 주요 과정을 연금이 직접 수행할 계획이다. 다만 한국형 헤지펀드(전문투자형사모펀드)에는 기존과 마찬가지로 일단 투자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한국형 헤지펀드를 제외한 사모투자 위탁 자산 규모는 늘려 잡았다. 중소형주에 주로 투자하는 ‘경영참여형사모펀드’와 ‘특수상황·부실자산(SS&D)’ 펀드에 각각 6,000억원과 4,000억원을 새로 배정했다. SS&D는 기업 지배구조 개편이나 구조조정 등에 참여해 수익을 내는 펀드다. 또 대기업과 국민연금이 자금을 매칭해 함께 운용하는 ‘코퍼레이트파트너십’ 펀드에도 1조원을 집행한다.
대체투자 활성화를 위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도 도입한다. 또 대체투자 비중도 높여 올해 12.7%를 투자하고 오는 2023년까지 이 비중을 15% 수준으로 올릴 계획이다.
국민연금은 이와 함께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에 대한 경영참여를 지속하기로 했다. 주식 보유목적을 단순투자로 변경하는 방안을 논의했으나 당분간은 경영참여 형태를 유지할 방침이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주식 보유목적을 경영참여로 바꾼 지 몇 달만에 변경하면 조직 신뢰도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국민연금은 한때 7%가 넘던 한진칼 지분율을 최근 4.11%까지 크게 낮췄다.
/서일범기자 squi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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