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간편히 술을 즐기려는 ‘홈술족’ 증가로 냉동안주 간편식(HMR)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영유아 자녀를 둔 30대 주부가 큰 손으로 떠오르고 있다. 쌓여가는 육아고충 속에 저녁 외출이 어려운 이들의 음주 수요가 냉동안주 소비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힘입어 냉동안주 HMR 시장이 3년 새 7배 넘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식품업체들도 속속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7일 시장조사기관 닐슨코리아와 식품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6년 195억원에 불과하던 국내 냉동안주 HMR 시장규모는 이듬해 598억원으로 3배 증가한 데 이어 지난해 960억원까지 급팽창한 것으로 집계됐다. 불과 2년 만에 5배 가까이 급증한 셈이다. 올해도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며 시장규모는 1,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이처럼 냉동안주 HMR 시장이 급성장하게 된 데에는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면서 술과 안주를 함께 구매하는 30~40대 여성 소비자들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상(001680)이 지난해 말 한국리서치와 함께 전국에 거주하는 20대 이상 50대 이하 성인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냉동안주 HMR 제품의 최근 1년 내 구매경험을 조사한 결과 영유아 자녀를 둔 30대 주부의 구매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성별·연령별 조사에서 30대 여성(66%)은 모든 연령층 가운데 냉동안주 구매경험 비중이 가장 높게 조사됐다. 가구유형별 조사에서도 영유아 자녀를 둔 가구의 68%가 최근 1년 사이 냉동안주 제품을 구매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대상 청정원 편의1팀 서명현 팀장은 “영유아 자녀를 둔 기혼 가구에서 가장 구매경험이 높은 것으로 볼 때 30대 맞벌이 부부가 잠시나마 육아의 고충을 잊고자 집에서 간단히 홈술을 즐기는 것 같다”며 “이에 맞춰 30대 주부나 맞벌이 부부가 집에서 즐길 수 있는 안주 메뉴의 폭도 더욱 확대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2016년 국내 식품업체 최초로 안주 HMR 브랜드 ‘안주야(夜)’를 출시한 대상은 사회생활과 육아에 지친 3040 여성들을 겨냥한 제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특히 서울 대표 맛집인 논현동 실내포차의 안주 스타일을 콘셉트로 한 ‘안주야 논현동 포차스타일’은 출시 2년 만에 누적판매량 1,500만개, 누적매출 1,000억원을 돌파하며 메가 히트상품의 반열에 올랐다. 대상은 이후 ‘합정동 이자카야 스타일’을 추가 출시하는 등 총 20종의 제품을 판매 중이다. 대상 청정원의 안주야 성공을 계기로 경쟁업체들도 잇따라 냉동안주 HMR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2017년 자체 안주 HMR 브랜드 ‘심야식당’을 내놓은 동원F&B(049770)는 이후 판매가 가파르게 늘면서 올 1~4월 관련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0%나 급증했다. 이 밖에 오뚜기(007310) ‘낭만포차’, 사조대림(003960) ‘즉석포차’, 풀무원(017810) ‘낙곱새·낙삼새’ 등 다른 식품업체들도 앞다퉈 자체 안주 HMR 브랜드를 출시하며 홈술족 잡기에 나서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주류소비 문화가 변하면서 맛있는 안주와 술을 집에서 편히 즐기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며 “냉동안주시장도 매년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닐슨코리아가 올해 발표한 ‘국내 가구 주류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3개월 내 주류 구매 경험이 있는 가구 중 ‘집에서 마신다’고 답한 응답자는 57%로 절반을 넘어섰다.
/김현상기자 kim012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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