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드플래시 글로벌 2위 업체 도시바는 요즘 고민에 빠졌다. 5세대(5G)·인공지능(AI)·전장 등 앞으로 칩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이지만 핵심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생산 공장도 두 군데 더 짓기로 한 상태다. 회사가 자체적으로 뽑으려는 반도체 엔지니어 수는 1,000명. 이 숫자도 현재로서는 메우기 버거운 마당에 난관이 또 생겼다. 지난 3월 중순 중국 낸드 업체 YMTC가 가와사키에 문을 열었기 때문이다. YMTC가 ‘반도체 굴기’ 깃발 아래 인재 매집에 나서면서 엔지니어 확보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 닛케이아시안리뷰에 따르면 YMTC의 사무소는 100명가량을 채용할 수 있는데, 가와사키 역 바로 인근에 자리해 입지 면에서 도시바·후지쯔·NEC보다 나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에는 가와사키에서 완성차 업체 도요타까지 메모리 반도체 연구원 채용에 나섰다. 초봉이 800만엔(한화 8,600만원)이 넘는 조건이다. 하지만 중국 YMTC까지 가세하면서 웬만한 연봉으로는 경쟁도 쉽지 않다는 게 현지 분위기다.
도시바는 메모리 반도체 업계 인력난을 보여주는 사례다. 전장 등 메모리 칩 수요 확산으로 반도체 엔지니어의 몸값이 크게 뛰고 있다. 완성차 업체 등 러브콜을 보내는 업체가 하나둘이 아니다. 여기에 신생 중국업체의 스카우트 열풍마저 일면서 점입가경 양상이다.
일단 반도체 엔지니어에 대한 수요가 넘친다. 자동차 기업의 영입전 가세가 눈에 띈다. 실제 일본의 차 시스템 및 부품제조 기업인 덴소는 최근 도시바 출신 중심의 개발팀을 따로 만들었다. 일본 반도체 업계의 한 종사자는 “5년 전만 해도 인력 시장은 공급이 더 많아 르네사스, 소니 등이 공격적으로 구조조정에 나섰다”며 “하지만 이제는 사람을 자르기는커녕 뽑기도 쉽지 않다”고 전했다.
이런 현실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업계도 크게 다르지 않다. 삼성만 해도 지난해 AI 분야 인재 1,000명을 채용하겠다고 선언했다. 국내 업체들은 학회, 포럼 후원을 크게 늘리는 추세다. 인재 풀은 한정적인데, 많은 기업이 몰리다 보니 인재 입도선매가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일단 능력 있는 엔지니어와의 접점부터 늘리기 위해 학회나 포럼 지원에 나서는 것이다. 산학 협력 확대도 같은 맥락의 연장선에 있다. 한 업체의 임원은 “사실 기업들이 알음알음 해외 학회 등을 지원하고 있다”며 “때로는 ‘우리는 왜 지원하지 않느냐’며 항의가 들어와 난감한 일이 발생할 수도 있어 물밑에서 지원 규모를 늘리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중국 기업들은 인재 영입을 더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전 세계에서 인재 긁어모으기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6년 미국 실리콘밸리에 개발 센터를 연 YMTC의 경우 마이크론 및 미국의 반도체 기업으로부터 총 40여명을 영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드러난 것만 그 정도로 빙산의 일각으로 보면 된다. 최근에는 한국, 일본 연구원에 대한 유혹도 본격적으로 늘리고 있다. 한 반도체 기업 고위 관계자는 “엔지니어 품귀 현상이 당분간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인재를 유치하고 기존에 잡은 인재도 계속 끌고 가기 위한 기업의 고민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훈기자 s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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