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회장이 아시아나 항공 인수와 관련해 입장을 밝힌 것은 지난 8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루이지애나주 레이크찰스에서 롯데케미칼이 현지에 건설한 석유화학 공장 준공식에 앞서 기자간담회를 연 자리에서였습니다. 신 회장은 현지에 31억달러(한화 약 3조6,000억원)를 투입해 100만톤 규모의 에틸렌을 생산할 수 있는 ‘에탄 크래커 센터(ECC)와 70만톤의 에틸렌글리콜(EG) 공장을 3년 만에 완공하면서 이를 축하하고 향후 롯데의 화학 사업 비전 등을 설명하기 위해 기자 간담회를 열었습니다.
하지만 기자의 첫 질문은 국내에서 가장 궁금해하는 아시아나 항공 매각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신 회장은 화학 사업 얘기를 하려다 다른 주제의 질문이 나오자 “오늘 자리는…”이라며 잠시 답을 회피할까 하다가 “ (아시아사 항공) 100% (인수) 안 한다” 며 짧지만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롯데의 중국 투자와 호텔 롯데의 상장 등 화학 사업과는 관련이 없지만 롯데의 행보를 놓고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된 사안들에 일부 입장을 표했습니다.
신 회장의 기자회견이 끝난 후 기자는 그룹 고위관계자를 만나 “100%라는 말까지 쓰며 아시아나 인수를 하지 않는다고 강조할 필요가 있었느냐”고 배경을 물었습니다. 사장급 인사인 그는 2가지 이유를 들며 신 회장의 의중을 해석했습니다.
첫째는 신 회장이 항공업에 대해 롯데의 기존 사업과 별로 연관성이 없어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밝히려 했다는 의도입니다. 롯데그룹은 시장이나 재계 일부에서 제기된 것과 달리 항공업에 전혀 관심이 없다는 겁니다.
둘째는 그런데도 롯데그룹의 아시아나 인수전에 대한 참여 가능성이 꾸준하게 거론되자 신 회장이 작정하고 나서 쐐기를 박았다는 겁니다. 총수가 나서 롯데는 아시아나 인수전 참여 의향이 없다는 것을 분명히 밝힌 것입니다.
올 들어 국내 최대의 기업 M&A(인수합병) 물건으로 떠오른 아시아나 항공 매각은 기대보다 아직 주요 기업들의 호응은 더디지만 여전히 주주와 근로자는 물론 일반 국민까지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기업 총수가 적극적인 소통에 나서면 주주와 임직원은 물론 시민단체와 정치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불필요한 논란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소중한 듯 합니다.
/뉴욕 = 손철 특파원 runir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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