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지난 10일(현지시간)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인상한 여파로 우리 수출은 8억7,000만달러(약 1조원)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특히 중간재로 중국에 수출되는 반도체·철강·화학제품 등이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은 12일 발표한 ‘미국의 대중국 관세 부과의 영향’ 자료에서 “한국의 주요2개국(G2) 수출 비중은 38.9%로 대만(40.6%) 다음으로 높아 G2 간 무역분쟁이 확대될 경우 피해를 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앞서 미국 정부는 2,000억달러(약 235조원) 규모의 중국산 수입제품에 대한 관세를 기존 10%에서 25%로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한국의 피해가 큰 것은 대중 무역에서 중간재 수출 비중이 79%에 달하기 때문이다. 시장조사 업체 IHS마킷도 이날 ‘휴전 종료에 따른 미중 무역전쟁 확전’ 보고서에서 “미국의 높은 관세는 중국의 수출을 감소시켜 전자·화학제품 등 중간재를 중국에 공급하는 일본과 한국이 연쇄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중국 제조 업체에 원자재와 중간재를 제공하는 아시아 국가 중에서도 대중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 등이 직격탄을 맞게 된다는 것이다.
업종별로는 전자부품·철강제품·화학제품을 중심으로 수출이 급감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국제무역연구원은 “한국의 대중 수출 중 가공무역 비중이 높은 반도체·전기기기·철강·화학 등의 품목에 영향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며 “중국의 중간재 수요 하락과 성장둔화 등 직간접 효과로 한국의 대세계 수출은 총 0.14%(8억7,000만달러) 감소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IHS마킷은 “10일 관세율을 인상한 효과는 중국의 경기부양책 때문에 당장은 제한적이겠지만 나머지 3,000억달러 수입품에도 25%의 관세가 부과되면 중국 경제성장률을 억누르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다만 일부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의 제조업 허브인 베트남·말레이시아·태국이 중국을 대체하는 생산기지로 부각하면서 무역 악화에 따른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고 IHS는 덧붙였다.
미중 무역분쟁의 간접적 영향까지 고려하면 우리 경제의 피해 규모는 이보다 더 클 수 있다는 게 국제무역연구원의 분석이다. 국제무역연구원은 “브렉시트와 중국 내수경기 둔화 등도 글로벌 교역 부진에 영향을 주고 있지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미중 무역분쟁”이라면서 “관세의 직접적인 영향 외에도 기업의 투자 지연, 금융시장 불안, 유가 하락 같은 간접적인 영향도 크다”고 봤다.
추후 미중 무역분쟁은 ‘무역 불균형 해소’ 또는 ‘패권경쟁’ 두 가지 방향으로 전개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제무역연구원은 “미중 무역협상의 목표가 단기적 무역 불균형 해소에 있다면 양국은 모두가 유리해지는 절충안을 선택해 ‘협력’을 모색할 가능성이 크다”며 “반면 미국의 전략적 목표가 패권 유지에 있을 경우 강대강 대치로 무역분쟁은 장기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무협은 통상 이슈 브리프에서 우리 기업들이 미중 무역분쟁의 리스크 분산을 위해 제3의 생산거점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무협은 “미중 무역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되더라도 양국의 근본적 갈등관계는 상당 기간 지속할 것”이라며 “미국의 대중제재를 피해 중국에서 한국으로 유턴하는 기업에 대한 정책적 지원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효정·김민정기자 j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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