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천재’라는 가수 차은우가 내게 손을 건넸다. 파티장에 들어서니 춤을 추던 사람들이 부러운 눈길로 나를 바라본다.
LG유플러스(032640)(LGU+) 5세대(5G) 가상현실(VR) 콘텐츠 ‘차은우와의 선상 데이트’의 한 장면이다. 이 영상은 마치 성지 순례하듯 차은우 팬들의 LGU+ 5G 체험존 행렬을 이끌었다. 이처럼 5G 기반 실감미디어의 대표 콘텐츠 역할을 톡톡히 하는 VR 담당 실무자들을 13일 서울 마곡사옥에서 만나 기획부터 탄생까지 과정을 들었다.
“‘어지러움과의 사투’ 였죠” 민진석 VR서비스개발팀 책임은 지난 1년을 이렇게 요약했다. VR 영상 개발 과정의 최대 난제는 잔상 제거였다. VR기기를 끼고 머리를 좌우로 돌릴 때 잔상이 많을수록 어지럽고 멀미가 났다. 1분도 채 볼 수 없을 정도였다. 실무자들은 구글 개발자와 단말기 전문가들을 만나러 백방으로 뛰어다녔다. 민 책임은 “영상과 소프트웨어, 디스플레이 간 조합이 문제였다”며 “상용화를 코앞에 둔 지난 2월 밤샘 작업 중 답을 얻었을 때 개발팀이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고 전했다.
용량과 화질의 황금 비율을 찾는 것도 만만치 않은 과제였다. 고화질만 추구하면 데이터 소모량이 급증해 이용자와 통신사 모두에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개발진은 수차례 사내 블라인드 테스트를 거치는 등 반년 간 연구 끝에 일정 수준 이상부터는 사람들이 느끼는 화질 차이가 크지 않다는 점을 발견해 5G 속도에 최적화한 화질을 적용했다.
양질의 VR 콘텐츠 공급사를 찾는 과정도 쉽지 않았다. 아직 생태계가 조성이 안 돼 실력자들도 많지 않았고, 검증도 필요했다. 김동주 VR 서비스팀 책임은 “발품을 판 덕에 아이돌과 인터넷 스타 데이트 등은 벤타VR, 웹툰은 호랑스튜디오 등 업계 최고로 손꼽히는 제작사와 손잡았다”며 “경쟁사들도 눈독 들이던 업체들인데, 우리가 석 달 가량 빨리 움직여 선점했다”고 설명했다.
편리한 VR 콘텐츠 사용 환경을 만드는 데도 많은 시간이 할애됐다. 호윤주 융합 UI팀 책임은 “VR기기를 안 쓰거나 VR기기 컨트롤러가 없을 때에도 불편함 없이 시청하고 조작할 수 있는 데 화면 설계 역량을 집중했다”고 말했다.
LGU+는 현재 400여 편의 VR 콘텐츠를 연말까지 1,500여 편으로 늘린다. 특히 웹툰을 대거 보강하고 클라우드 VR 게임도 시범 서비스해 5G만의 차별화한 경험을 제공할 방침이다.
/임진혁기자 liber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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