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통신의 최근 예상과 달리 미국 재무부가 이달에 내놓을 환율보고서에 한국이 환율 관찰대상국에서 제외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15일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환율 관찰대상국 지위가 유지될 것”이라며 “이르면 하반기에 (관찰대상국 제외를)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대미무역흑자가 줄어 세 가지 판단기준 중 한 가지에만 해당하나 미국이 통상 1년가량(두 차례) 지속적인 흐름을 본다는 이유에서다. 환율보고서는 미 재무부의 판단에 따라 발표되는데 미국 측과 수시로 접촉해 분위기를 파악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다른 국가들도 1년 정도 요건에 해당하는 여부를 지켜본 뒤 결정을 내린다는 분석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9일 이 사안을 잘 아는 소식통들의 말을 인용해 한국이 환율 관찰대상국 명단에서 제외될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미국의 환율조작 판단 기준은 △연간 200억달러 이상의 대미 무역흑자 △국내총생산(GDP)의 3%를 초과하는 경상수지 흑자 △12개월간 GDP의 2%를 초과하는 외환을 순매수하는 지속적·일방적인 외환시장 개입 등 세 가지다. 이 중 두 가지에 해당하면 관찰대상국으로 지정된다.
한국은 2018년 6월까지 1년간 대미 무역흑자 210억달러, GDP의 4.6%인 경상수지 흑자 등 두 가지 기준에 해당됐다. 하지만 지난해 흑자가 179억달러로 줄어들어 세 가지 요건 가운데 지난해 GDP의 4.7%였던 경상수지 흑자 한 가지만 요건에만 해당하게 됐다.
한국은 지난해 10월 발표된 하반기 보고서에서 중국·일본·인도·독일·스위스 등과 함께 환율 관찰대상국에 올라 있다. 이른바 환율조작국으로 불리는 ‘심층조사대상국’보다는 수위가 낮지만 환율조작이 의심돼 우리 외환당국의 움직임을 관찰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2016년 상반기에 처음 지정된 뒤 여섯 차례 연속이다. 미 재무부는 매년 4월과 10월 두 차례 환율보고서를 내놓는데 올해는 미중 무역협상의 여파로 늦어지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워싱턴DC에서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과 만나 한국이 외환정책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고 대미 무역흑자가 감소한 점을 보고서에 적절히 반영해달라고 요청했다. 특히 한국은 지난해 하반기 약 1억9,000만달러를 순매도해 일방적 개입이 없었음을 입증하는 외환당국의 시장개입 내역을 3월에 처음 공개하기도 했다.
최근 미중 무역협상이 ‘시계 제로’ 상황으로 치달으면서 원·달러 환율이 급등(원화가치 하락)하는 등 시장에서 불안심리가 확산되고 있다. 최근 한달간 변동성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당국의 미세조정이 없지 않았지만 오히려 상승을 용인하는 시그널로 해석됐다는 지적이다. 홍 부총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일방적·비정상적 쏠림 현상은 정부가 모니터링하면서 적기에 대응하겠다”고 했다. 정부가 수출부진을 완화하기 위해 환율 상승을 방치하고 있다는 일부 주장에 대해서는 “그러한 시각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세종=황정원·정순구기자 gard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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