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중국 화웨이에 제재를 가하자 국내외 증시로 영향이 확산되고 있다. 미중 양국의 갈등으로 직접적 영향을 받는 기업들의 주가가 요동치는 가운데 반사이익이 기대되는 삼성전자(005930)에도 눈길이 쏠린다. 21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는 2.74% 상승한 4만3,150원에 장을 마쳤다.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거래제한 조치로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수혜를 볼 것이라는 기대감에 모처럼 크게 오른 것이다. 장 중에는 4.64%까지 급등했고 종가 기준으로 4월29일(2.90%) 이후 최고 상승률이다.
구글이 화웨이와 거래를 중단하기로 하면서 화웨이 스마트폰에 플레이스토어·유튜브·지메일 등 구글 애플리케이션이 탑재될 수 없게 된 것이 치명적이라는 분석이다. 고의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부품수급 제한 정책이 화웨이의 스마트폰 사업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겠지만 구글 서비스 이용 제한은 소비자 선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전혀 다른 얘기”라며 “화웨이에 대한 제재는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의 수혜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품 공급사는 이 상황이 마냥 긍정적이지 않다.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에서 퀄컴 주가는 6% 급락했고 마이크론테크놀로지 4%, 램리서치가 5% 이상 떨어지는 등 반도체 기업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화웨이가 영향을 받는 것은 물론 중국에서 아이폰 불매운동이 벌어질 경우 관련 기업이 영향을 받을 수 있어서다.
국내에서도 5세대(5G) 이동통신망 구축에 화웨이 장비를 대량 도입한 것으로 알려진 LG유플러스 주가가 3.90% 하락했다. 미국의 화웨이 제재가 이어지면 LG유플러스도 통신망 유지보수 등에 차질을 겪을 수 있다는 관측 때문이다.
화웨이에 부품을 공급하는 국내 업체도 상황을 주시하고 있으나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지 않아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000660)가 서버용, PC용, 모바일용 메모리 반도체를 공급 중이고 삼성전기·LG이노텍·삼성디스플레이 등도 스마트폰 관련 부품을 화웨이에 공급하지만 양은 그리 많지 않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삼성전기·LG이노텍의 화웨이 상대 매출 비중은 5% 미만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화웨이 제재로 삼성전자 등 정보기술(IT) 관련 기업의 주가가 오르고 내리는 것보다는 국내 증시에 미칠 영향이 더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나무가 아닌 숲을 봐야 한다는 것이다. 전상용 DS투자증권 연구원은 “‘결국은 미중 협상이 타결될 것’이라는 낙관론을 경계해야 한다”며 “환율 상승에 따른 수혜주 비중을 높이는 것도 유효하나 미중 협상이 지연되거나 결렬돼 추가 관세가 부과되는 상황을 고려할 경우 안전자산 비중을 높이는 것이 상책일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중국이 첨단산업의 원자재인 희토류의 대미 수출을 제한할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등 미중 분쟁이 예상보다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국내 기업에는 악재다. 지난해부터 미중 갈등이 지속되면서 양 국가에 수출 비중이 높은 국내 기업은 실적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올해 1·4분기 유가증권 상장사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6.9%나 하락했다. 김형렬 교보증권(030610) 리서치센터장은 “미중 무역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되더라도 글로벌 경제환경을 크게 바꾸지는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중국과의 협상만으로 미국의 고질적 무역적자 환경을 바꿀 수 없는 상황이고 분쟁 확대 가능성이 잠재돼 있다”고 말했다.
/김광수기자 br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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