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병두(사진) 신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24일 “금융업계의 혁신을 지속적으로 유도하되 (자영업자와 고령자 등) 금융 소외 계층에 대해서도 신경 쓰겠다”고 말했다. 혁신성장 과정에서 뒤처지는 계층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최근 승차공유 서비스인 ‘타다’를 놓고 이재웅 쏘카 대표와 설전을 벌인 최종구 금융위원장을 지원 사격한 것으로 풀이된다.
손 부위원장은 이날 취임 인사차 정부서울청사 금융위 기자실을 방문한 자리에서 “혁신성장은 현재 전 정부적 화두로 주안점을 두는 부분”이라면서 “다만 혁신에만 너무 치중하면 소외되는 분들을 궁지로 몰아갈 수 있으므로 정부가 과하다 싶을 정도로 신경을 쓰지 않으면 무게중심이 잡히지 않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 같은 발언은 최 위원장이 전날 “핀테크와 금융혁신을 향한 경주에서 혁신의 승자들이 패자를 이끌고 함께 걸어야 한다”고 밝힌 것과 같은 맥락이다. 최 위원장은 “디지털 전환과 혁신의 과정에서 일자리를 잃거나 소외되는 분들에 대한 존중과 배려, 그분들의 사회적 충격을 관리하고 연착륙을 돕는 것, 혁신의 빛 반대편에 생긴 그늘을 함께 살피는 것이 혁신에 대한 지원 못지않게 중요한 일”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손 부위원장은 같은 줄기에서 “자영업자와 한계채무자의 채무조정 문제를 더 구체화하고 발전시키는 데 당분간 노력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혁신 금융서비스로 고객의 편의는 증대되지만 이 과정에서 소외되는 고령층이나 장애인의 서비스 접근성을 높이는 방안도 고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융혁신에 대해서는 “다행히 금융 부문에서는 혁신으로 피해를 보는 계층이 대형 금융사인 경우가 많다”면서 “카드사의 경우 워낙 카드 결제 인프라가 잘 돼 있어 각종 간편결제 서비스가 나와도 업계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금융업계가 위협감을 느낄 정도로 혁신이 잘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손 부위원장은 금융감독원과의 관계 설정에 대해서는 “건전한 견제와 균형”을 강조했다. 양 기관은 지난해 말 금감원의 예산 삭감을 놓고 한 차례 갈등을 빚은 데 이어 최근에는 특별사법경찰의 직무 범위를 놓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손 부위원장은 “금감원과의 관계는 갈등을 근본적으로 내포할 수밖에 없는 관계라고 생각한다”며 “오히려 갈등 없이 너무 수월하게 진행되면 ‘견제와 균형이 필요하다’는 비판이 뒤따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양 기관이 건전한 경쟁과 갈등 속에서 관계를 정립해 큰 틀에서 금융정책에 지장을 받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사경 문제를 둘러싼 갈등에 대해서는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잘 봉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민우기자 ingagh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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