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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STORY]허정수 KB생명보험 대표 "보험은 단거리 아닌 마라톤...눈앞 수익 좇다간 성공 못해"

●시대 바뀌어도 보험업 본질 추구

보험은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하는것

단기실적 아닌 7년 이후를 내다봐야

장기·지속적인 성장구조 구축 가능

●고령화시대 보험역할 되레 확대

영업 콘셉트 '치료'서 '케어'로 이동

강력한 새 비즈니스 모델 만들어야

판매 채널도 개선해 고객 확충 필요

보험플랫폼과 제휴 등 디지털 강화도

허정수 KB생명보험 대표이사./오승현기자




1990년 주택은행에서 커리어를 시작한 금융맨, KB그룹의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2015년)·현대증권(현 KB증권·2016년) 인수 작업에 관여한 인수합병(M&A) 전문가, 그리고 재무통. 허정수 KB생명보험 대표이사 사장에게 붙어 다니는 꼬리표다. 언뜻 실적과 몸집 불리기를 중시할 것만 같은 커리어다. 하지만 최근 서울경제와 만난 허 사장은 눈앞의 실적보다는 7년 후, 더 나아가 10~20년 후를 바라보고 있었다. 시장과 세대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보험업의 본질을 추구하겠다는 것이 그의 다짐이다.

은행에서 잔뼈가 굵어진 허 사장이 처음 보험업과 제대로 맞닥뜨린 것은 지난 2015년이다. 당시 KB손해보험 경영관리부문 부사장으로 임명됐을 때만 해도 “어떻게 잘 운영해서 수익이 잘 나는 회사로 만들지를 고민했다”는 설명이다. 이후 KB금융지주와 KB국민은행을 거쳐 지난해 1월에는 KB생명보험 대표이사로 취임하게 됐고 진지하게 보험의 본질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 그가 생각하는 보험의 본질은 ‘건강과 소득이 갖춰진 상황에서 그렇지 못한 미래를 대비하도록 도와주는 사업’이다.

그렇기 때문에 보험은 단기 실적을 노리는 사업이 될 수가 없다. 허 사장은 본지와 만난 당일 열린 보험업계 세미나에서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썼다는 표현을 인용했다. 바로 “보험은 100m달리기가 아닌 마라톤”이라는 것. 허 사장은 “보험은 10년, 20년, 30년 이후의 리스크에 대비해 가입하는 상품이기 때문에 보험사들이 당장 올해 수익을 노린다면 절대 성공할 수 없는 구조”라며 “보험사 최고경영자(CEO)가 재임 기간 중 갑자기 실적이 치솟았다면 오히려 제대로 뜯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보험사가 새로운 상품과 전략으로 얼마나 성공을 거뒀는지 성적표를 받아보게 되는 시점을 ‘7년 후’로 지목했다. 이는 은행·증권사·보험사가 마케팅이나 새로운 고객 유치 없이 현상유지만 한다고 할 때 각각 2년, 1년, 7년 동안 현금유입이 이어진다는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분석에 따른 것이다. 허 사장은 “거꾸로 보면 현재 보험사의 전략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7년 후에 알게 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당장의 실적을 노리기보다 7년 후 호평받을 상품을 만들고 끈기 있게 기다리면 어느새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성장 구조가 만들어질 것이라는 의미다.

KB생명은 이 같은 철학을 담아 3월 ‘7년의 약속 KB평생보험’이라는 종신보험을 출시하기도 했다. 가입 7년 후 납입보험료의 100% 이상을 해지환급금으로 보장하며 사망보험료도 지급하는 상품이다. 이 상품은 출시 40여일 만에 5억7,000만원 규모로 판매되는 등 시장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국내 보험시장의 포화와 젊은 소비자들의 낮은 관심이 보험업계의 장애물로 지적되고 있지만 허 사장은 오히려 “앞으로 보험의 역할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보험은 사람의 삶과 떨어질 수 없고, 특히 고령화로 인해 건강보험의 콘셉트가 ‘큐어(cure·치료)’에서 ‘케어(care·돌봄)’로 바뀌면서 보험의 역할이 많아질 것”이라는 것이다. 그는 “KB금융은 손보와 생보가 같이 있는 만큼 역할 분담을 잘해서 사업을 엮으면 한층 강력한 고객 서비스와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본질에 충실한 사업 모델을 빚어내는 한편 판매 채널도 개선해야 한다. 허 사장은 “우선 보험소비자·판매인·보험사 등 3대 주체가 보험시장에서 창출되는 가치를 공평하게 나눌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는 한쪽에 지나치게 치우쳐 있었지만 이제는 개선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 실력을 갖춘 설계사를 양성하고 영업채널을 효율화하는 작업을 꾸준히 진행 중이다.



허정수 KB생명보험 대표이사.


업계의 판도를 아예 바꿔버릴 수 있는 M&A도 KB생명뿐만 아니라 KB금융지주 차원에서 계속 검토해온 카드다. 허 사장이 KB생명 대표이사로 취임할 때부터 M&A에 대한 기대감도 높았다. 이에 대해 허 사장은 오히려 느긋한 표정이다. 그는 “회사 성장의 두 가지 축에서 하나는 디지털과 상품 전략, 두 번째가 ‘사서 붙이는 전략’”이라며 “M&A의 핵심은 단지 덩치를 키우는 게 아니라 가입자를 늘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관점에서 “기존 보유 가입자가 많으면서 KB와 핏이 맞는(잘 맞는) 회사를 선택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보험의 본질은 변하지 않지만 시장의 요구는 조금씩 바뀐다. 이 때문에 KB생명은 지난해 ‘신영업추진부’를 신설하고 온라인과 모바일시장, 퇴직연금 시장에 초점을 맞춰 움직이고 있다. 보험에 대한 관심이 낮은 젊은층을 겨냥해 ‘소확행’을 주제로 한 디지털 필름을 제작하는가 하면, 연 3.5% 확정금리의 모바일 저축보험인 ‘착한저축보험’으로 인터넷 재테크 카페 등지에서 젊은층의 이목을 끌었다. 홈페이지에 접속자가 몰리면서 KB생명의 인터넷 서버가 불안정해질 정도였다. 지난해 12월 출시된 착한저축보험은 온라인 판매 2개월 만에 약 7,000건이 판매됐다. 올 1월 생명보험 시장 전체 온라인 판매 건수가 1만건임을 감안하면 폭발적인 반응이다. 허 사장은 “보다 투명하고 보험료가 저렴한 상품, 단기간에 효익을 경험할 수 있는 모바일 상품을 올해 안에 추가로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디지털 부문 강화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보험 플랫폼 ‘보갑’과 업무제휴를 맺었고 최근에는 카카오와도 얼굴을 맞댔다. 카카오와는 이해관계가 다소 달라 제휴까지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디지털 고객 기반을 갖고 있거나 앞으로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인슈어테크 기업과의 협업을 공격적으로 시도할 것”이라는 계획이다. KB금융그룹이 인슈어테크까지 직접 하기에는 비효율적이기 때문에 협업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디지털을 위한 디지털은 안 된다”며 “왜 디지털인지 고민하고 그동안 소비자들이 경험하지 못했던 만족감·편의성을 제공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허 사장은 또 ‘데이터의 시대’에 대해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초기 인슈어테크 서비스는 여기저기 흩어진 보험 정보의 통합만으로도 관심을 모았다. 앞으로는 한곳에 모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응용·융합 서비스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허 사장은 “모든 금융사와 유통·통신·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이 데이터 통합과 융합을 핵심 화두로 꼽고 있다”며 “보험 데이터를 다른 산업의 서비스·기술과 융합해 KB생명의 디지털 생태계를 확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주희·이지윤기자 ginger@sedaily.com

He is··· △1960년 전남 광양 △1984년 동국대 경제학과 졸업 △1986년 동국대 대학원 경제학과 석사 △1990년 국민은행 입사 △2001년 헬싱키대학원 경제경영대학원 MBA △2013년 KB국민은행 호남지역 본부장 △2015년 KB손해보험 경영관리부문 부사장 △2016년 KB금융지주 최고재무책임자 △2017년 KB국민은행 경영기획그룹 부행장 △2018년 1월~ KB생명보험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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