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산업계가 게임과몰입자를 환자로 낙인 찍으려는 세계보건기구(WHO)와 우리 보건당국의 행보를 되돌리기 위해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WHO가 지난 25일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코드 도입을 골자로 하는 국제질병표준분류기준 11차 개정안(ICT)를 통과시킨 것에 대해 부당함을 국내외에 알리고 해당 질병코드의 국내 도입을 저지하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2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WHO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에 따른 긴급토론회’에서 구체화됐다. 김성원 자유한국당 의원이 주최한 이번 토론회에서 강경석 한국콘텐츠진흥원 게임본부장은 “2014년부터 5년간 2,000여명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추적 연구를 한 결과 5년 동안 꾸준히 과몰입군에 있던 청소년은 1.4%에 불과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청소년들은 게임 과몰입에 빠졌다가도 1년 사이에 일반군에 속하는 등 쉽게 왔다 갔다 하기 때문에 이를 질병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뇌 자기공명영상(MRI) 임상연구도 병행했는데 게임 과몰입 청소년들의 뇌에 구조적인 변화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게임 과몰입은 게임의 문제라기보다는 이용자를 둘러싼 환경의 문제”라며 “콘텐츠진흥원에서는 WHO에 게임 장애 질병코드화에 대해 계속 문제를 제기하는 한편 게임 과몰입 예방 활동과 상담 치료사업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승우 한국게임산업협회 정책국장은 “게임이용장애가 질병코드에 도입된다면 가장 큰 문제는 교육적인 낙인효과”라고 우려했다. 또한 “복지부가 (이번 사안에 대해) 협의체를 만들고 게임 업계가 참여한다고 했는데 아직 연락을 받은 바 없다”며 “복지부가 국내에서 합의되지 않은 사항으로 국제사회에서 지지발언을 한 것은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최 국장은 “WHO 총회에서 의결된 사항이더라도 WHO FIC(보건의료분야 표준화 협력센터)를 통해 이의를 제기하면 수정이나 개정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WHO에 지속해서 반대 의사를 전달하고, 국내에서는 ‘한국표준질병·사인 분류체계’(KCD.질병과 사망원인)에 반영되지 않도록 관계부처에 입장을 전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토론회를 진행한 임상혁 한국게임법과정책학회장은 “게임을 질병으로 보는 것은 헌법상 개인행동의 자유와 자기결정권, 명확성의 원칙, 과잉금지원칙, 기업의 경제적 자유 등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며 “WHO의 의결을 계기로 사회적 갈등이 심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성회 유튜브 크리에이터는 “게임은 희곡이나 영화처럼 자연스러운 문화의 변화 형태고 대중문화”라며 “국민 대부분이 즐기는 가장 대중적인 놀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사행성게임을 제작하는 일부 업자들의 문제를 되짚으며 “업계가 자성하고 이제는 (사행성이 없는 순수한 놀이로서) 게임다운 게임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게임개발자협회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WHO의 게임이용장애에 대한 질병 코드 부여 확정 및 국내 도입을 반대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협회는 성명서에서 “게임은 전체 국민의 70%가 이용하는 건전한 대중 문화이자 놀이 문화”라며 “게임을 행할 자유를 명확하지 않은 기준으로 제한을 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백주원기자 jwpai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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