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가 한진(002320)그룹의 지주사인 한진칼(180640) 지분을 추가로 매입하고 지분율을 15% 이상으로 확대했다. 고(故) 조양호 회장 별세 이후 지분 상속 구도를 확정하지 못한 한진가(家)에 공세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특히 이번에는 200억원 이상의 신규 펀딩을 통해 설립한 자회사로 추가 지분 매입에 나섰다. 향후 지분 매입은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KCGI의 자회사인 유한회사그레이스홀딩스는 28일 한진칼의 지분율이 14.98%에서 15.98%로 늘었다고 공시했다. 유한회사그레이스홀딩스는 이달 23일 장내매수를 통해 주당 4만2,810원에 17만4,417주를, 24일에는 주당 4만5,140원에 2만8,206주를 샀다. 총 86억3,173만원 규모다. 그레이스홀딩스는 KB증권으로부터 한진칼 주식 39만주를 담보로 자금을 차입했다.
특히 24일에는 최근 설립된 5번째 사모투자합자회사 베티홀딩스가 39만2,333주를 주당 4만5,786원에 매입했다. 253억4,512만원 규모로 신규 펀딩 자금이다.
KCGI는 한진칼 2대 주주로 올라선 뒤에도 지분을 늘리고 있다. 4월 한 달 동안 지분율을 12.68%에서 현재 14.98%로 증가했다. 특히 이번에는 마지노선으로 평가받던 15%를 넘어섰다. 공정거래법 제12조에 따르면 상장법인의 지분 15% 이상을 취득하는 경우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신고를 하고 투자자를 공개해야 한다. 하지만 이 같은 의무는 자산총액 또는 매출액이 3,000억원이 넘는 회사만 해당된다. KCGI의 자산 규모는 3,000억원 미만이다. 지분을 계속 매입해도 투자자를 공개할 의무가 없어 계속해서 지분 확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KCGI는 27일 글로벌 부문 대표에 이승훈씨를 선임하고 해외에서 적극적 펀딩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한 업계 관계자는 “KCGI가 미래에셋에 주식을 담보로 자금을 빌린 데 이어 이번에는 KB증권을 통해서도 자금을 빌리는 등 자본시장을 활용하는 모습”이라며 “200억원 이상의 대규모 자금을 추가 펀딩한 점에서 앞으로 공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KCGI가 지분율을 늘려 가면서 한진그룹 입장 역시 난감해졌다. 한진그룹 조원태 회장(2.34%)을 비롯해 조현아(2.31%), 조현민(2.3%) 3남매는 그룹 경영권 확보에 핵심인 고 조양호 회장(17.84%)의 한진칼 지분을 상속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약 2,700억원에 이르는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데 마땅히 돈 나올 구석은 없다. 아직 한진그룹이 어떤 방식으로 상속세 재원을 마련할지 계획을 세우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KCGI가 계속해서 주식을 사들여 한진칼 주가가 오르는 것 역시 한진가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대신증권은 27일 “한진그룹 일가가 상속세를 마련하기 위한 방안으로 조양호 회장이 보유한 한진 지분을 한진칼에 매각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한 업계 관계자는 “한진가가 상속세를 마련한다 해도 KCGI가 해외 펀딩까지 나설 경우 내년 주총 표 대결 향방은 예상하기 힘들 수 있다”고 말했다. /강도원기자 theo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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