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깜깜이 돈’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특수활동비 예산을 대폭 줄였지만 이와 성격이 비슷한 특수업무경비와 업무추진비는 오히려 늘려온 것으로 드러났다. 특수활동비 사용에 대한 국민의 눈총이 따가워 금액을 축소했지만 다른 항목을 확대하는 꼼수를 부렸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29일 서울경제가 추경호 자유한국당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특활비·특경비·업추비 예산 내역’을 보면 특활비는 지난 2017년 8,938억원에서 2018년 3,168억원으로 줄어든 뒤 올해 2,860억원(14개 기관, 국정원 안보비 5,446억원 별도)까지 감소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308억원 줄었다.
반면 특경비는 2017년 7,340억원, 2018년 7,840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는 8,195억원(54개 기관)까지 늘어났다. 업추비도 지난해 53개 기관, 1,880억원에서 54개 기관, 1,957억원으로 증가했고 내년에는 2,000억원대로 뛰어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올해 특경비는 지난해보다 355억원, 업추비는 77억원 증가한 셈이다. 여론의 비판을 의식해 특활비가 축소됐어도 다른 쌈짓돈으로 메워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경찰청의 경우 특활비는 지난해 941억원에서 올해 841억원으로 100억원 감액됐지만 특경비는 같은 기간 5,534억원에서 5,787억원으로 오히려 253억원 늘어났다. 국회는 같은 기간 특활비가 63억원에서 10억원으로 크게 줄었지만 업추비는 99억원에서 124억원까지 증액됐다. 법무부는 특활비가 238억원에서 223억원으로 15억원 감소했지만 특경비는 497억원에서 524억원으로 27억원 늘었다. 감사원과 국무조정실도 특활비가 줄어든 만큼 특경비와 업추비를 합해 기존 수준을 유지했다.
공무 처리에 드는 비용인 특수활동비와 특정업무경비·업무추진비는 1994년 폐지된 ‘판공비’에서 갈라져 나온 예산으로 상대적으로 용처가 자유롭다. 기재부 예산집행지침에 따르면 특활비는 기밀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및 사건 수사 등 국정수행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다. 무슨 목적으로 어디에 사용했다는 증빙자료 없이 쓸 수 있다. 특정업무경비 역시 예산·감사 등 특정 업무에 실비로 지원하는데 ‘제2의 특활비’로 불리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부정사용 의혹이 끊이지 않는다. 추 의원은 “정부는 지출 투명성 강화 차원에서 특활비 규모를 줄이겠다고 밝혔지만 특경비와 같은 또 따른 쌈짓돈을 늘리고 있다”며 “국민들이 볼 때 이러한 행태는 꼼수 예산 편성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세종=황정원기자 gard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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