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수억원의 외화를 은닉한 유명 성형외과 의사, 84세 모친 명의로 재산을 은닉한 체납자, 이혼한 배우자 집에 고액 현금을 숨겨둔 체납자 등 재산을 은닉하고 호화롭게 생활하는 악의적 고액·상습 체납자에 대해 강도 높은 체납액 추적 징수에 나섰다.
국세청은 부촌에 거주하면서 가족과 지인 명의로 재산을 숨기고 호화생활을 하는 고액체납자 325명을 중점 추적해 달러·엔화 등 외화, 현금다발, 골드바 등을 확보하고 총 1,535억원의 체납액을 징수했다고 30일 밝혔다. 325명의 총 체납액은 8,993억원이다.
국세청은 5,000만원 이상 체납자를 선정해 추적 조사를 벌이고 있다. 조사 대상자는 거주지별로 서울이 166명, 경기 124명, 부산 15명, 대구 5명, 대전 11명, 광주 4명 등이다.
한 유명 성형외과 의사는 현금영수증 미발행에 대한 과태료를 내지 않으려 지인 명의의 주택에 거주하며 재산을 은닉하다 꼬리를 밟혔다. 그는 부촌지역 지인 명의 고급주택에 거주하면서 외제차를 타고 다녔고 병원이 있는 건물에 위장법인을 만들어 매출을 분산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세청은 거주지와 병원에 대한 수색을 통해 금고에서 2억1,000만원 상당의 달러와 엔화 등을 압류하고 자진납부를 포함해 총 4억6,000만원을 징수했다.
한 체납자는 세금 고지서를 받은 다음날 며느리에게 외제차를 이전하고 10여건의 보험을 해약하고서 현금으로 인출하는 등 체납처분을 피했고, 이후 자녀 명의로 된 54평형 고가 아파트에 거주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의 가족이 보유한 외제차만 3대에 달했다. 국세청 전담팀은 그의 고급 아파트를 수색해 싱크대 수납함에서 검은 비닐봉지에 담긴 5만원짜리 현금 1만장(5억원)을 압류했다.
다른 체납자는 배우자의 은행 대여금고에 골드바 11개를 숨겨 놓았다가 국세청의 압수수색으로 적발돼 결국 2억4,000만원의 밀린 세금을 냈다. 체납처분을 피하기 위해 위장이혼을 불사하기도 했다. 한 체납자는 부동산을 팔기 전 배우자와 이혼, 양도대금 중 7억원을 현금으로 인출하고 재산분할 및 위자료 명목으로 3억6,000만원을 배우자에게 이체했다. 고령의 모친 명의로 재산을 은닉한 사례도 드러났다. 국세청 조사팀은 정보수집 과정에서 한 체납자의 84세 모친이 은행에 대여금고를 개설한 사실을 포착했다. 이후 잠복 끝에 체납자가 주소지가 아닌 번화가의 아들 명의로 된 신축 주택에 살면서 아들 이름으로 고가 외제차를 리스해 타고 다니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조사팀은 체납자 모친 명의 대여금고에 대한 수색을 벌여 수표 2억원과 현금 1억2,000만원, 골드바 등 4억1,000만원을 압류했다.
국세청은 올해 추적조사를 통해 4월 말까지 총 6,952억원(3,185명)을 징수·채권확보했다. 한재연 국세청 징세법무국장은 “ 납부여력이 있으면서도 세금을 내지 않고 호화로운 생활을 하는 체납자는 끝까지 추적해 징수하겠다”고 말했다.
/세종=황정원기자 garden@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