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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경제]그날 한빛 1호기에서 무슨 일이





지난달 정기 정비를 마치고 재가동을 준비 중이던 전남 영광의 원자력발전소 한빛 1호기가 멈추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번 사고는 당시 설비 운전자들의 판단 오류와 안전 불감증이 핵심 원인이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다만 이번 일을 두고 ‘체르노빌처럼 원자로 폭주로 이어질 뻔한 심각한 사고’라는 일각의 주장은 설득력이 약해 보입니다.

지난해부터 이뤄진 정기 정비를 마치자 원자력안전위원회는 9일 재가동을 승인했습니다. 이튿날 한국수력원자력은 한빛 1호기 내 원자로 제어봉 능력 측정시험을 진행했습니다. 제어봉은 원자로의 출력을 조정하는 장치로, 제어봉이 삽입되면 출력은 떨어지고 빼내면 올라갑니다.

오전 10시께 제어봉을 인출하는 과정에서 출력이 한도를 초과하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매뉴얼인 운영기술지침서에서 규정한 출력 제한치(5%)를 넘어 18%까지 치솟은 것입니다. 운전자의 조작 미숙 탓에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제어봉 조작이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특히 정비원이 ‘무자격자’로 알려지면서 비판 수위는 거세지고 있습니다. 규정상 원자로 운전은 원자로조종감독자면허 또는 원자로조종사면허를 받은 사람이 해야 합니다. 원자로조종감독자 면허 소지자가 지시·감독하는 경우에는 면허를 소지하지 않는 사람도 할 수 있긴 합니다. 헌데 당시 정비원의 경우 면허가 없는데다 감독자의 별도 지시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수원 관계자는 “감독자의 지시가 있었는지 여부는 현재 조사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후속 조치도 미흡했습니다. 원자로 출력이 5%를 넘으면 이를 멈춰야 한다는 규정을 원전 실무자들이 인지하지 못하면서 12시간가량 지나서야 가동을 중단한 것입니다. 당시 근무하던 현장 직원들은 관련 규정이 있었는지조차 모르고 있었다고 합니다. 정비원의 안전 불감증 등이 사고의 주요 원인이었다는 지적입니다.

다만 일각의 우려와 달리 이번 사고가 출력 폭주로 이어져 ‘체르노빌 참사’처럼 대형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게 원전업계의 견해입니다. 출력이 25%가 되면 자동 정지하도록 설계돼 있기 때문에 사고가 날 수 없다는 건데요. 특히 국내 원자로 격납 건물은 두께 1.2m 철근 콘크리트 외벽을 갖추는 것을 포함한 5중 방호벽 체계를 갖췄습니다. 원전이 사람의 실수에 따른 피해를 막을 여러 겹의 안전장치를 갖추고 있다는 겁니다. 원자력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해진 매뉴얼을 어기고 운전을 미숙하게 한 점은 분명한 잘못이고 책임 소재를 가려야할 문제”라면서도 “출력이 더 올라갔으면 자연히 발전소는 셧다운(가동 중지)됐을 것이기 때문에 사고가 날 가능성은 극히 미미하다”고 말했습니다.
/세종=김우보기자 ub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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