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중 간 무역 갈등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면서 해외 주식형 펀드들이 큰 타격을 입은 가운데 러시아 주식과 기업에 투자하는 러시아 펀드가 고수익을 내고 있다. 원유 수출국인 러시아의 증시가 국제 유가 상승에 힘입어 상승세를 보인 결과다. 다만 유가 강세의 지속 여부에 회의적인 시각이 있으며 서방 사회의 제재가 풀리지 않는 등의 이유로 러시아 투자에 불안함이 적지 않다는 지적도 많다.
2일 증권가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러시아 RTS 지수는 0.04% 오른 1,287.09로 마감했다. 이는 올해 연초(1,086.80) 대비 18.4% 상승한 수준이다. 특히 러시아 증시는 지난해 12월 한 달 간 약 8%가 떨어지는 등 급격히 위축된 모습도 있었지만 올해 들어 가파른 반등세가 나타나는 중이다.
러시아 펀드의 수익률도 껑충 뛰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설정액 10억원 이상 러시아펀드 10개의 연초 이후 평균수익률(5월 28일 기준)은 17.22%로 집계된다. 에프엔가이드가 분류한 해외 주식형 펀드의 주요 지역 중 가장 높은 수익률이다. 최근 한 달 간 러시아 펀드의 수익률은 2.20%로 나타나는데, 미·중간 무역분쟁이 격화된 이 기간에 해외주식형 펀드 중 플러스 수익을 낸 건 러시아와 인도뿐이다.
개별 상품 중에서는 ‘한국투자KINDEX러시아MSCI’가 연초 이후 수익률이 27.47%에 달해 성과가 가장 좋았다. ‘미래에셋연금러시아업종대표’가 19.28%로 뒤를 이었고, ‘키움러시아익스플로러’도 17.59%로 수익률 상위권에 속했다.
이 같은 성과는 국제 유가 상승이 끌어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러시아 증시는 전체 시가총액의 약 58%가 에너지 기업이 차지하는 등 유가 흐름에 큰 영향을 받는 것이 큰 특징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감산 조치와 중동발 지정학적 위기 등으로 유가가 연초 이후 강한 상승세를 보였고 러시아 증시도 크게 뛰었다는 설명이다.
올 하반기 본격화될 러시아 정부의 경기 부양책은 투자자들에게 추가 기대감을 불러온다. 러시아 정부는 인프라 건설 등에 약 25조 루블을 쏟아 붓는 ‘2024 러시아 프로젝트’를 6월부터 가동할 예정이다. 일각에선 경기 부양책의 정책 공조를 위해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릴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한다. 경기 반등이 나타나면 증시도 추가로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예상이다.
다만 국제 유가에 크게 좌우되는 특성상 안정적인 상승세가 유지되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도 많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러시아 증시는 유가 상승세가 멈추거나 약세를 보일 때는 동반 하락을 피하기 힘든 구조”라면서 “하반기 유가 강세가 유지되지 못하면 지금과 같은 수익은 힘들 수도 있다”고 했다. 주요 산유국이 6월 감산 조치의 연장 여부를 논의할 예정인데 이때 증산을 결정한다면 러시아 펀드의 성과도 주춤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러시아는 크림반도 병합 사태 이후 서방 사회의 제재를 받으면서 기업 가치 등이 저평가된 측면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국제 제재가 완벽하게 풀리지 않았다는 점은 불안함이 상존한다는 의미”라고 했다. 러시아 펀드의 총 설정액은 연초 이후 763억원이 줄어든 상태다
/이완기기자 kinge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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