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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태 "KCGI도 주주일뿐…상속문제 협의중"

"주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기자간담서 '경영권 위협설' 일축

LCC 확대추세 적극 대응 강조

일등석 축소 등 미래전략도 윤곽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3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대한항공 미디어브리핑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이호재기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그룹 모회사인 한진칼(180640)의 경영권을 위협하고 있는 사모펀드 KCGI에 대해 강하게 대응할 것을 예고했다.

조 회장은 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연차 총회의 부대 행사로 열린 글로벌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지분율을 높이고 있는 KCGI에 대해 “주주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상속문제에 대해서는 “아직 협의 중”이라고 답했다. 이 같은 조 회장의 말에 대해 재계에서는 가족 간 상속문제로 다툼이 있지만 외부의 적에 대해서는 공동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했다. 고(故) 조양호 전 회장의 유언이 없는 상황에서 조 회장의 메시지는 가족 간 상속 협의에 따른 갈등을 겪고는 있지만 선대처럼 그룹이 분열해 경영권이 흔들릴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라는 해석도 한진그룹 내에서는 나온다.

강성부 펀드로 불리는 KCGI가 세운 투자목적회사 그레이스홀딩스는 대한항공(003490)의 모회사인 한진칼의 지분을 최근 15.98%까지 높이며 조 전 회장(17.84%)과의 지분격차를 2%포인트 내로 좁혔다. 이 때문에 KCGI의 위협에 한진그룹의 지배구조가 위협받고 있다는 평가가 금융투자업계에 팽배한 상황이다. 실제로 KCGI는 지분을 사모은 후 유휴부지 매각과 경영진 교체, 사업재편 등을 제안하며 경영진을 압박하는 상황이다. 특히 지난 4월 조 전 회장이 급작스럽게 별세하면서 상속 문제를 두고 가족 간 다툼이 생겨 KCGI의 경영권 위협이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이 같은 우려에 대해 조 회장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경영권 위협설’을 일축했다. 조 회장은 경영과 관련해 어떤 협의도 없고 할 이유도 없다고 일갈했다. 그는 “저희(그룹)가, 제가 개인적으로나 회사나 공식, 비공식적으로 최근에 만난 적이 없다”며 “저에게 만나자고 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만나더라도 주주로서 만날 뿐”이라며 “그 이외의 전략은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조 회장의 강공은 상속을 둔 가족 간의 갈등이 그룹이 찢어질 정도는 아니라는 배경이 깔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창업주인 조중훈 전 회장이 작고했을 때 조양호 전 회장이 대한항공을, 차남인 조남호 회장은 한진중공업, 삼남은 한진해운, 사남은 메리츠금융지주를 가져가며 그룹이 갈라졌다. KCGI의 지분율이 15.98%에 달하지만 조양호 전 회장을 포함해 조원태(2.34%)와 조현아(2.31%), 조현민(2.30%) 등 총수 일가의 지분율은 28.93% 수준이다. 조양호 전 회장의 유지대로 가족이 분열하지만 않으면 경영권 유지에는 큰 문제가 없다. 조 회장은 “선대 회장님께서 갑작스럽게 별세하신 바람에 (유언 등) 특별히 많은 말씀은 안 하셨지만 가족 간에 화합해서 회사를 지키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라는 것을 항상 말씀하셨다”며 “그것을 바탕으로 많은 협의를 하고 있고 완료됐다고 말씀은 못 드리지만 잘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결과를 지켜봐 달라”는 말도 덧붙였다.



이날 기자간담회는 조양호 전 회장에 가려 있던 조 회장의 색깔이 드러나는 무대였다. 조 회장은 글로벌 항공업계의 연중 가장 큰 행사인 IATA에서 의장으로 국제무대에 데뷔한 데 이어 첫 기자간담회에서도 강단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상속세 문제에 대해서는 “주가에 반영되기 때문에 말씀드리기 굉장히 어렵다”고 선을 긋는가 하면 승무원 부족 등과 관련해서는 “대한항공을 이용하는 고객도 고객이지만 직원들이 가장 큰 고객”이라며 “(가족문제 등) 여러 가지가 다 끝났으니 회사에 집중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또 과도한 항공 규제에 대해서는 “안전과 관련된 덫이 규제라고 한다면 그 무엇보다 안전을 택하고 (이는) 타협할 수 없는 조건”이라는 답도 했다.



이번 IATA 총회에서는 항공 수요에 맞춰 커지는 저비용항공사(LCC)의 점유율이 화두였다. 특히 한국은 최근 LCC 3곳이 늘어나며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 조 회장은 이에 “지난 12년 이상 대한항공이 저가항공사와 차별화된 전략으로 시장을 지켜보고 있었는데 더 이상 간과할 수만은 없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며 “수동적으로 관찰했다면 이제부터는 좀 공격적으로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대한항공의 미래화 전략에 대한 윤곽도 내비쳤다. 퍼스트클래스를 줄이는 대신 전체 서비스의 질은 높이고 기내 와이파이와 좌석 현대화 등이다. 조 회장은 이에 대해 “공급업체와 논의 중이며 (도입을) 3년 정도,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하겠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창업주가 세운 경영철학 ‘수송보국’을 기본으로 하는 경영을 펼치겠다고도 밝혔다. 그는 부친을 추억하며 “아직도 주변에서 회장님이라고 부르면 옆을 쳐다본다”며 “경영방향에 대해서는 크게 변하는 것은 없고 창업주의 경영철학인 수송보국을 받들어 사업에 집중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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