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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보국' 엔지니어와 기업인의 고뇌..10대 분야별 시초(始初) 기술은?

한국공학한림원, 3일 70년 간 산업기술을 다룬 ‘한국산업기술발전사’ 내놓아

권오경 회장 "미국, 유럽, 일본처럼 엔지니어의 살아있는 경험담 생생히 담아"

한국공학한림원이 3일 지난 70년 간의 산업기술을 다룬 ‘한국산업기술발전사’에는 우리 산업의 초석이 되는 주요 기술과 제품이 망라됐다. 10대 분야별 편찬위원장이 추천하는 산업별 시초(始初) 기술과 제품에는 ‘산업보국(産業報國)’을 향한 엔지니어와 기업인의 고뇌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우선 건설 분야의 경우 1970년 경부고속도로 개통이 꼽힌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차로 15시간 이상 걸리다가 4시간으로 단축되며 산업 대동맥이 뚫렸다. “획기적으로 자동차 산업 발전이 이뤄지고 물류 비용이 감소했다”는 게 장승필 서울대 명예교수의 설명이다.





기계에서는 대동공업이 1963년 국내 최초 동력경운기를 생산하며 농촌 근대화를 이끈 점을 노승탁 서울대 명예교수는 높이 평가했다.



바이오·의료는 녹십자가 1983년 세계 3번째로 B형 간염 백신을 개발하며 당시 전량 수입품에 의존하던 것을 국산화한 게 거론됐다. 송지용 인하대 교수는 “당시 수입품의 3분의 1에 공급해 국내 B형 간염 퇴치에 결정적 계기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섬유·식품 중 우선 섬유에서는 1919년 민족자본에 의한 최초의 면방직 공장인 경성방직 설립을 예로 들었다. 임승순 한양대 명예교수는 “섬유가 사양산업이라고 하지만 여전히 흑자산업이다. 섬유는 문화산업 측면도 큰데 우리가 더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식품은 1952년 대한제분의 최초 밀가루 생산에 이어 1960년대 초 미생물 발효법으로 개발한 조미료가 국내 생명공학과 유전공학의 시초이자 의약산업 발전에 기여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형주 서울대 명예교수는 “앞으로 식품은 암에도 안 걸리고 노화도 억제하는 기능성 식품 개발이 목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소재 분야는 포스코가 1973년 고로1기를 첫 가동하며 기계, 조선, 자동차 등 주요 산업의 발전을 견인했다는 점에서 김학민 서울대 교수가 시초 기술로 꼽았다.



에너지·자원 쪽은 1950년 연탄화덕이 나온 게 시초로 분류됐다. 고정식 전 특허청장은 “연탄 화덕으로 취사와 난방을 감당하고 황폐화되던 산림을 보호할 수 있었다”고 술회했다





운송장비는 1975년 현대자동차의 포니 개발이 첫 손가락으로 뽑혔다. 송달호 전 철도기술연구원장은 “포니는 현대자동차가 미쓰비시 랜서의 플랫폼을 바탕으로 제작했는데 국산화율이 90%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전기전자는 1959년 국내 최초 진공관식 라디오인 금성사의 A-501이 꼽혔다. 권욱현 서울대 명예교수는 “당시 공채 1기생 김해수 주임을 필두로 스위치, 새시, 노브, 트랜스 등을 자체 제작하는 데 성공하며 부품 국산화율을 60%까지 높였다”고 회고했다.



정보통신은 1986년 세계 10번째로 개발된 전전자교환기 TDX-1과 1989년 1가구 1전화 보급이 시초 기술로 평가됐다. 박항구 소암시스텔 회장은 “TDX-1은 우리 과학기술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킨 사건으로 통신·인터넷 분야 강국으로 자리잡게 한 계기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화학은 1961년 충주비료공장 준공과 요소비료 생산이 시초 기술로 거론됐다. 추지석 전 효성 부회장은 “비료 산업, 더 나아가 한국 화학 공업의 발판이 됐다. 이 공장 기술자들이 산업화 과정에서 핵심 기술 인력으로 활약했다”고 평가했다.



권오경 공학한림원 회장은 “미국과 유럽, 일본에서는 기술사 연구가 체계적으로 도출돼 왔다”며 “우리나라는 놀라운 발전과 성장이 국제적인 관심 대상이지만 산업기술사 측면에서 발전 과정에 관한 연구는 거의 전무하다시피 했다. 이번에 엔지니어들의 살아있는 경험담을 생생히 담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공학한림원은 산업통상자원부의 지원을 받아 2016년 편찬기획위원회를 구성하고 편찬위원과 감수위원 등 약 500여명이 참여해 4년간의 대장정 끝에 산업기술발전사를 내놨다. 이 책자는 대학도서관, 주요 연구원 등에 무상 배포되며 e북 형태로는 공학한림원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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