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을 상대로 경영권 참여를 시도하고 있는 KCGI(강성부 펀드)가 4일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과 한진의 적법성을 조사할 검사인을 법원에 신청했다. 한동안 수면 아래 잠복했던 강성부 펀드와 한진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이날 공시에 따르면 KCGI는 지난달 29일 한진칼을 조사할 검사인을 서울중앙지법에 요청했다. 검사 결과에 따라 소송전으로 번질 것으로 보인다.
검사 내용은 두 가지다. 먼저 조원태 회장의 경영 승계가 적법한지 여부를 따지기로 했다. 검사인 신청에는 △지난 4월24일 조 회장 선임 안건이 적법하게 상정·결의됐는지 △회장 선임이 이사회 결의를 거치지 않았다면 회장 명칭을 보도자료와 금융감독원 공시자료 등에 기재한 경위 등을 묻는 내용이 포함됐다.
고(故) 조양호 전 회장이 남긴 재산에 대한 검사도 진행한다. 조 전 회장이 받는 퇴직금 및 퇴직위로금 지급 규정에 대해 주주총회 결의가 이뤄진 적이 있는지와 조 전 회장에게 퇴직금 또는 위로금을 지급했다면 그 액수가 얼마인지 등을 고지하라는 내용 등이 담겼다. 조원태 회장의 약점인 상속세와 회장 선임 과정에 대한 절차적 정당성을 모두 공격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조 회장이 물어야 할 지분 상속세는 약 1,7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여기에는 조 전 회장 등이 남긴 퇴직금도 포함된다.
법적 다툼을 대비한 검사를 요청함에 따라 양측이 ‘협상’을 통해 이번 사태를 마무리하기는 어렵게 됐다는 관측도 나온다. 조 회장은 이달 3일 기자들과 만나 “KCGI는 한진칼 대주주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라며 “그들과 지난해 이후 만난 적이 없고 만나자고 연락이 온 적도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투자은행(IB) 업계 일각에서 나온 타협 가능성을 사실상 일축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발언이다.
양자 간의 갈등은 결국 지분 확보 경쟁을 통한 세(勢) 대결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KCGI는 지난달 공시를 통해 4월24일 기준 한진칼 보유지분이 기존 14.98%에서 15.98%로 늘었다고 밝힌 바 있다. 1대 주주인 조 전 회장의 지분(17.84%)을 턱밑까지 쫓아온 셈이다. 다만 조원태(2.34%), 조현아(2.31%), 조현민(2.30%) 등 오너 일가와 특수관계인 지분을 합치면 28.93%에 달하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10%포인트 이상의 여유가 남아 있다.
IB 업계는 KCGI가 조만간 임시주총 개최를 요구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당장 대표이사 교체와 같은 안건을 올리지는 못해도 조 전 회장 별세로 공석이 된 사내이사 자리에 강성부 펀드 몫 이사 1명을 선임하는 형태로 한진칼 내부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내년 정기주총 전에 사내이사 자리 1곳을 확보하고 이후 우군을 확보해 경영권까지 위협한다는 시나리오다.
한진그룹은 이번 검사인 요청에 대해 “조 전 회장의 퇴직금 및 퇴직위로금과 조 회장의 선임 과정 등은 모두 적법한 절차를 거쳐 결정됐다”며 “추후 법적 절차에 따라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일범·이재용기자 squi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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