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선방송업체 딜라이브가 갚아야 하는 1조4,000억원 규모의 대출금 만기가 다음달에서 다시 한 번 연장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의 유료방송 합산규제 도입 가능성에 매각 작업이 난항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대출금 만기가 연장되면 KT 등과의 매각 협상의 불씨도 살아난다. 이에 따라 딜라이브 대주주인 MBK파트너스는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지만 매각이 이뤄질 때까지 막대한 이자를 물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1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하나은행과 신한은행 등 딜라이브 채권단은 다음달 29일 만기인 딜라이브 차입금 상환 시기를 연장해주기로 잠정 합의하고 구체적인 조건에 대해 채권단 내부 협의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MBK는 지난 2008년 맥쿼리와 손잡고 특수목적법인인 ‘국민유선방송투자(KCI)’를 설립해 딜라이브 지분 93.8%를 매입했으며 이때 인수를 위해 금융권에서 2조2,000억원의 대출을 받았다.
이 대출의 만기는 2016년 7월이었으나 매각 작업이 지지부진해지면서 채권단이 8,000억원을 출자 전환해 떠안았고 나머지 1조4,000억원은 다음달 말까지 만기를 연장했다. 딜라이브는 2010년 당기순이익 307억원을 거둘 정도로 탄탄한 회사였으나 케이블 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지난해 순익이 9억원까지 떨어졌다.
그나마 지난해 KT가 매수 후보자로 나서면서 돌파구가 열리는 듯했지만 국회의 유료방송 합산규제가 또 다른 걸림돌로 등장했다. 이 규제는 IPTV·위성방송·케이블TV 등 유료방송 시장에서 한 사업자의 점유율이 전체 3분의 1(33.3%)을 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제도다. KT가 딜라이브를 인수하게 되면 전체 점유율이 37%를 넘어서게 된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채권단이 차입금 회수를 결정할 경우 도리어 손해를 볼 수도 있는 상황”이라며 “일단 만기를 연장해 딜라이브가 새로운 주인을 찾을 때까지 기다리는 게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서일범기자 squi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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