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갈등이 ‘화웨이 사태’로 번지며 확전을 거듭하자 우리 정부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컨틴전시 플랜(비상 계획) 마련에 돌입했다. 1,2위 수출 상대국인 중국과 미국의 갈등이 장기화하는 것은 물론 국가 안보까지 연계된 기술 분쟁으로 불똥이 튀면서 글로벌 밸류체인 붕괴 가능성까지 대비하겠다는 목적으로 풀이된다.
13일 관련 부처에 따르면 우리 정부는 미중 무역분쟁발 패권경쟁이 조기에 해소되기는 힘들다고 판단, 플랜B 준비 작업을 구체화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국내 기업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미중 갈등이 최악으로 치달을 때를 대비할 필요성을 모색하는 것이다.
현재 미국은 중국 통신회사 화웨이 제재에 일본, 유럽연합(EU)뿐 아니라 우리나라까지 동맹국이 최대한 협조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는 최근 청와대의 ‘화웨이 통신장비 사용이 한미 군사 안보 분야에 미치는 영향이 없다’는 입장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고 한 언론 인터뷰에서 밝히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대사가 화웨이 보이콧에 동참해 달라는 요청을 약 열흘 간 3차례나 공개적으로 꺼낸 것이다.
이는 곧 미국이 극단적으로는 중국과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생산관계를 단절하는 단계까지 갈수 있다고도 해석이 가능하다. 미국의 최근 무역 기조를 보면 자국 영향력 내에서만 물품의 조달 판매를 허용하겠다는 움직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 경우 미국의 화웨이 제재로 단기적으로는 한국 기업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해도 궁극적으로는 글로벌 밸류체인을 구축하고 있는 우리 기업들로써는 생산체계를 전면 재조정해야 하는 어려움에 직면할 수 밖에 없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개별 기업의 경영 판단에 대한 보복 조치, 미국의 외압이 발생한다면 정부가 나서 큰 틀에서 외교 통상적인 노력을 통해 풀어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직 정부는 미중 어느 쪽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며 ‘기업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부분이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자칫 제2의 사드사태 같은 중국의 보복 조치가 뒤따를 수 있어서다. 하지만 개별 기업들은 답답함 속에 정부가 움직여 줄 필요가 있다는 속내를 내비치면서 차제에 국내로 돌아갈 수 있는 기업 환경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반면 일본은 미중 양다리 외교로 심기를 맞추며 실리를 챙기는 모습이다.
이와 관련 외교부는 미중 갈등 전담 ‘전략조정지원반’을 조만간 출범할 계획이다. 지원반은 화웨이 제품 사용을 비롯한 미국과 중국의 갈등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부내 혹은 부처 간 조율이 필요한 사항에 대한 지원 업무를 진행할 예정이다. 제현정 무역협회 통상지원단장은 “다른 나라 정부가 미국 편을 들 수밖에 없게끔 판을 가져가고 있으나 굳이 나서서 우리 정부가 미국 편을 들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세종=한재영·황정원기자 gard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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