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가 크지 않고 투자자들의 큰 관심을 받지 못했던 일종의 ‘틈새펀드’들이 최근 높은 수익률을 자랑하고 있다. 농산물 펀드와 금 펀드가 대표적인 경우다. 특히 미중 간 무역분쟁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해 국내외 주식형 펀드들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이들 펀드의 성과는 더 돋보인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농산물이나 금 등 원자재들의 가격은 변동폭이 크기 때문에 여전히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1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한 달(6월 13일 기준)간 농산물 펀드의 수익률이 9.63%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한 달 간 성과만 놓고 봤을 때 에프앤가이드가 분류한 여러 테마형 펀드 중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수익률이다.
개별상품 별로 보면 ‘삼성KODEX3대농산물선물특별자산상장지수투자신탁(ETF)’이 한 달 수익률이 18.80%에 이른다. ‘미래에셋TIGER농산물선물특별자산상장지수투자신탁’도 같은 기간 13.13%의 수익률을 기록 중이고, ‘신한BNPP애그리컬쳐인덱스플러스’도 12.13%의 높은 성과를 보이고 있다.
국내 농산물 펀드는 설정액 10억원 이상 되는 상품이 8개(에프앤가이드 기준)에 불과하고 이들 펀드들의 총 설정액도 약 1,700억원에 그친다. 또 옥수수, 콩, 밀 등의 투자처로서 친숙하지 않은 자산의 선물 가격 등에 수익률이 연동되는 까닭에 투자자들의 높은 관심은 받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농산물의 수급불균형 문제가 불거지면서 이들 펀드의 성과를 크게 끌어올렸다. 세계 최대 농산물 생산국인 미국에서 홍수와 토네이도가 발생해 흉작을 겪으면서 농산물 가격이 급등한 것이다. 실제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거래되는 옥수수와 밀의 경우 지난달 20% 이상 급등했다.
금 펀드(총 설정액 4,006억원) 역시 최근 성과는 빛난다는 평가다. 금 펀드의 한 달 수익률은 5.03%다. 이는 테마형 가운데 농산물 펀드 다음으로 높은 수준의 수익률이다. 미중 무역갈등으로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줄지 않자 안전자산인 금에 대한 선호가 커졌고 금 선물 및 금광업 관련 기업의 가치 등이 높아진 데에 따른 것이다. 개별 상품 중에서는 ‘IBK골드마이닝증권자투자신탁’이 11.72%의 성과를 올렸고, ‘블랙록월드골드증권자투자신탁’(언헤지)이 10.93%의 수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난다. 김훈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경기둔화에 대한 경계심과 함께 금 가격에 우호적인 상황”이라며 “2018년 초 이후 강세를 보여온 달러가 진정된다면 금 가격은 내년 초까지 10% 추가 상승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최근 성과만 보고 성급하게 투자 비중을 늘리는 건 신중해야 한다는 설명도 많다. 변동폭이 적지 않은 데에다 당장 높은 성과에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지면 수익률이 조정될 가능성도 크기 때문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농산물의 경우 수급불균형이 단기간 내에 해결되기 힘들 가능성이 있고 안전자산 선호로 금 역시 인기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면서도 “다만 수익률의 등락폭이 크고 가격에 영향을 끼치는 변수가 적지 않아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만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이완기기자 kinge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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