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유니콘’ 여기어때의 경영권 매각이 좌절됐다. 지난해 웹하드 업체 수사 등 법적 이슈가 발목을 잡았다는 평가다.
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여기어때 운영사 위드이노베이션은 영국계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CVC캐피털과 2,000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 협상을 진행했지만 최종적으로 결렬됐다. 투자 유치 조건 중 최대주주인 심명섭 전 대표의 지분 일부 매각도 있었다. CVC는 경영권 인수 의향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해 3월부터 여기어때와 CVC는 투자 유치 관련 양해각서(MOU)를 맺고 세부적인 투자 조건 논의를 진행했는데 양사 간 의견이 맞지 않아 최종적으로 투자가 무산됐다”고 말했다. 여기어때는 모바일 기반 숙박·여가 정보 플랫폼 스타트업으로 경쟁사 야놀자와 함께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협상에 문제가 생긴 것은 최대주주의 법적 문제 때문으로 전해진다. 현재 최대주주는 심명섭 전 대표(45.06%)로 경쟁사 야놀자의 제휴 숙박업소, 할인금액 등 데이터를 추출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또 지난해 말 웹하드 운영사 위디스크 창업자인 양진호 전 대표가 음란물 유통 등으로 구속되자 웹하드 업체 지분을 갖고 있던 심 전 대표도 불구속 입건된 바 있다.
기업가치는 6,000억원 이상에서 논의가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가치 1조원인 유니콘 기업으로 가는 과정에서 투자와 경영권 매각이 불발된 것이다. 여기어때는 지난해 매출액 686억원으로 지난 2016년 대비 180% 가까이 성장했다. 반면 마케팅비 지출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영업적자는 여전하다. 2017년 190억원이었던 광고선전비는 지난해 343억원까지 늘어 98억원가량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다만 지난해 12월부터 올 6월까지 연속 흑자를 보이며 올해 이익 규모가 ‘턴어라운드’할 것으로 전망된다.
투자 유치 무산으로 경쟁사 야놀자와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야놀자는 6월 싱가포르투자청(GIC)과 부킹홀딩스로부터 1억8,000만달러(약 2,128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당시 투자를 받으며 인정받은 기업가치만 1조원 이상이었다. 현재까지 야놀자는 3,000억원 이상의 투자를 유치했지만 여기어때는 330억원에 그쳤다./박호현기자 greenl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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