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다양한 자산에 나눠 투자하는 ‘분산투자 펀드 3총사’인 멀티에셋펀드, EMP(ETF자문포트폴리오)펀드, 타깃데이트펀드(TDF)가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올 들어 주식형펀드에서 자금 유출이 이어지고 있지만 이들 펀드에는 6,000억원이 넘는 돈이 몰렸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증시 변동성에 불안해하는 투자자들이 ‘몰빵’ 대신 분산투자를 통해 리스크를 줄이고 안정적인 수익에 눈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2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들어 멀티에셋펀드에 1,366억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멀티에셋펀드는 말 그대로 국내외 주식 및 채권뿐만 아니라 인프라·상장지수펀드(ETF)·실물자산까지 가리지 않고 담는 ‘잡식성 펀드’다. 증시 등락과 상관없이 꾸준히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대표 상품인 미래에셋평생소득TIF혼합자산 펀드의 경우 올 들어 1,047억원이 들어왔다. 이는 10여개 펀드에 투자하는 재간접펀드로 주로 맥쿼리인프라(비중 7.55%), 미래에셋맵스미국부동산펀드9-2호(4.34%), 삼성전자(1.32%) 등 다양한 자산을 담고 있다. 연초 이후 수익률이 8.79%에 달한다. 피델리티글로벌멀티에셋인컴펀드도 올 들어 420억원어치가 판매됐다. 미국과 신흥국 주식뿐 아니라 국공채와 하이일드채권까지 담고 있으며 연초 이후 수익률은 8.48%다.
‘초분산 펀드’인 EMP펀드도 자금 유입이 꾸준하다. EMP펀드는 유망한 글로벌 ETF를 20~30개 골라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펀드이다. 즉 ETF가 이미 여러 종목이 담긴 인덱스펀드인데 이런 ETF를 또다시 골라 담아 ‘분산에 분산을 거듭’한 상품이다. 최근 3개월간 6.58%의 수익률을 올린 IBK플레인바닐라EMP펀드는 미국의 대표적인 ETF운용사 아이셰어즈와 SPDR·뱅가드 등의 중국·이머징마켓·테크 ETF를 담고 있다. EMP펀드에는 올해 357억원이 유입됐고 국내 32개 EMP펀드의 총 설정액도 3,000억원을 넘었다.
고속성장하고 있는 TDF 역시 분산이 핵심 전략이다. TDF는 은퇴 시점에 따라 주식과 채권 등의 비중을 조정하는 펀드로 투자 자산을 다양화하고 변동성을 낮춘 점이 특징이다. 국내에 출시된 TDF는 미국 등 선진증시의 비중이 가장 높고 이머징 시장에도 일부 투자하는 ‘글로벌 자산배분’ 전략을 추구한다. 주식뿐 아니라 채권도 가입자의 은퇴시기에 맞게 비중조절을 알아서 해준다. 글로벌 주식과 채권으로 고르게 분산한 셈이다. TDF는 올해만 4,465억원 순증했다.
공모펀드에서 전반적으로 돈이 빠져나가는 상황에서 분산투자 상품에 관심이 커지는 것은 경기 침체와 시장 불확실성 우려 때문이다. 그동안 펀드 투자는 한국·중국·베트남 등 특정 국가의 주식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펀드들은 개인투자자들이 이해하기 쉽고 확실한 베팅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증시 등락에 따라 수익률이 출렁거리는 경우가 빈번했다. 그러면서 투자자들이 자연스럽게 분산투자로 눈을 돌리는 것이다. 전 세계 주식·채권·대체자산 등 다양한 자산에 나눠 투자하면 변동성을 낮추고 안정적인 수익률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자산운용사의 한 관계자는 “투자자들에게 인기를 끄는 상품의 공통점은 한마디로 안정성”이라면서 “멀티에셋 유형뿐만 아니라 채권 등의 상품이 주목받는 것 역시 비슷한 맥락”이라고 말했다.
/이완기·이혜진기자 kinge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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