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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와치] 스파크 튀는 MOTOR

■잠수함까지 전기로...엔진 몰아내는 모터

전기모터 스포츠카가 세계 최고 서킷 기록

6분5초로 엔진車보다 1분 앞선 압도적 승리

내연기관과 달리 복잡한 과정 없어 성능 월등

수직이착륙 에어택시 등으로 영역 확장 나서

배터리 한계...모터, 단시간 엔진 대체 쉽잖아

2020년 포르쉐가 내놓을 전기 슈퍼카 타이칸. 2016년 ‘미션 E’ 프로젝트로 시작한 타이칸은 최근 상하이에서 프로토타입으로 첫 시험주행을 했다./사진제공=포르쉐




지난달 27일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서킷 ‘용인 스피드웨이’. 세계 최고의 스포츠카 브랜드 포르쉐가 3년 만에 국내에서 자사의 거의 모든 차를 가져와 달리는 ‘포르쉐 월드로드쇼’ 행사를 열었다. 포르쉐가 500마력에 분당회전수(RPM)가 최대 9,000에 이르는 레이싱카에 태워 서킷을 돈 후 마지막으로 앉힌 차는 전기차다. 정확히는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모델 ‘파나메라 4E-하이브리드’. 독일 본사에서 온 인스트럭터는 이 차를 전기 모드로 하고 서킷을 돌았다. 그는 “포르쉐가 전기차라고 해서 다이내믹과 재미가 없다고 생각 말라”며 “곧 나올 전기 스포츠카 타이칸(미션 E)은 어떻겠나”라고 운을 띄웠다.

세계에서 고성능 스포츠카를 가장 많이 파는 포르쉐의 마음은 지난 2016년 전기차로 돌아섰다. 2016년 ‘미션 E’ 프로젝트를 공개하며 전기 스포츠카를 만든다고 선언하면서부터다. 2017년에는 전기차의 F1인 ‘포뮬러E’에 뛰어들었다. 포르쉐는 독보적인 엔진 기술로 최고의 내구성과 성능을 갖춘 스포츠카를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유일한 브랜드다. 그런 포르쉐가 전기 스포츠카 업체로 변신하고 있다. 왜일까.

답은 모터에 있다. 사건은 2013년 일어났다. 엔진에 더해 전기모터를 탄 포르쉐의 슈퍼카 918 스파이더 하이브리드가 빠른 차의 공식 기록으로 통하는 독일 뉘르부르크링 서킷에서 6분 57초로 마의 7분대를 깨버리면서다. 당시 양산 스포츠카의 세계 기록이다. 포르쉐는 608마력의 내연기관 엔진에 전기모터 두 개를 더 달아 887마력의 힘을 실현했다. 모터의 힘을 확인한 포르쉐는 2016년 완전 전기 스포츠카 양산을 발표하게 된다.

2019년 현재 고성능에서 엔진이냐, 모터냐의 게임은 끝났다. 올해 6월 폭스바겐은 전기 스포츠카 ID.R로 뉘르부르크링을 6분 5초에 돌았다. 6분대가 깨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1초의 기록에 목숨을 거는 뉘르부르크링에서 전기모터 차와 엔진 차의 기록은 1분이 넘는다.

모터의 승리는 예견된 결과다. 엔진은 복잡하다. 바퀴로 동력을 전달하기까지 수많은 과정을 거쳐야 한다. 엔진 실린더에 공기와 연료가 주입되면 보어와 스트로크의 상하운동을 통해 폭발이 일어난다. 크랭크축은 상하운동을 다시 회전운동으로 바꿔 변속기에 전달한다. 변속기는 다시 이 힘을 바퀴에 전달하는 구조다. 연비와 성능을 조율하기 위해 더 많은 기술이 필요하다. 엔진에 들어가는 공기의 양과 시간을 조율하기 위해 흡배기 밸브의 높이(CVVL)와 여닫는 타이밍(CVVT)을 조절하고 인젝터를 통해 실린더 안에 연료를 직접 주입(직분사)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엔진이 복잡해지고 무거워지는 문제를 해결하느라 다시 수년을 연구한다. 자동차 회사들은 엔진에서 오는 회전력을 바퀴로 전달할 때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어비를 조정해 변속기의 단수를 아직도 늘리고 있다. 또 고성능을 내기 위해 네 바퀴에 힘을 주는 사륜구동, 다시 양 바퀴에 회전력을 다르게 하는 차동제한장치(LSD)에 이어 네 바퀴의 토크를 관장하는 토크벡터링까지 가야 했다.



모터는 이런 과정을 싹 없애버렸다. 모터는 전기차 바닥에 깔린 배터리(전기차)나 수소연료(수소전기차)에서 발생한 전력으로 자기장을 이용해 회전한다. 회전속도를 조절하기도 쉽다. 인버터는 배터리의 강한 직류전력(DC)을 교류(AC)로 바꿔 모터에 전달한다. 인버터는 변환할 때 주파수와 전류량을 조절해 모터의 회전속도를 바꿀 수 있다. 자동차 회사들은 액셀과 브레이크 반응에 연동하는 소프트웨어로 인버터를 다룬다. 내연기관처럼 연료 주입량을 조율하거나 밸브의 높낮이와 개폐 시기, 실린더의 길이·너비·속도에 따른 압축비 등 복잡한 과정을 거칠 필요가 없다. 무엇보다 전력을 이용하는 모터는 시작부터 회전력(토크)이 최대치다. 내연기관처럼 10단에 이르는 변속기를 통해 힘을 조절할 필요가 없다. 2단 감속기 하나면 힘을 제어해 바퀴에 전달할 수 있다. 무서운 점은 엔진과 달리 모터의 수를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전기 슈퍼카들은 각각의 바퀴에 모터와 인버터를 달고 달린다. 차의 소프트웨어가 네 바퀴의 회전과 힘을 독립적으로 조율한다. 현대차(005380)는 이미 모터를 각각 바퀴 안에 넣는 ‘인 휠 모터’ 시스템을 상용화하기로 했다. 사륜장치·차동기어 등 복잡한 장치는 짐이다. 배터리의 성능을 빼면 애초부터 엔진과 모터는 게임이 안 된다. 유일한 약점은 배터리 충전시간이다. 하지만 수소연료 전기차는 내연기관처럼 수소를 탱크에 주입하는 방식으로 이 약점마저 없애버렸다.

다가올 미래 차 영역에서 엔진의 역할은 없다. 사물인터넷(IoT)과 5세대(5G) 통신으로 연결돼 자율주행을 하는 차는 지금과 다르다. 스스로 달리는 평평한 배터리를 깐 플랫폼 위에 사무실을 얹으면 사무실, 짐칸을 올리면 택배차가 된다. 복잡한 엔진을 올려서는 불가능한 구조다.



모터는 자동차를 넘어 비행기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롤스로이스가 배터리팩(750V) 6,000개를 장착한 전기 비행기를 만들기로 했고 차량공유 업체의 상징인 우버는 올해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벨(BELL)사와 함께 전기동력 수직이착륙 에어택시를 선보였다. 전기차 업체 테슬라를 만든 일론 머스크는 지난달 30일 “전기 비행기를 진지하게 고민할 때가 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모터의 더 무서운 점은 폭발행정이 없어 조용하다는 점이다. 국내 한 전자업체 관계자는 “수직이착륙하는 전기 비행기도 조용하기 때문에 활용할 곳이 훨씬 많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용함은 이미 무기가 되고 있다. 전기 전투기를 이용한 조용한 폭격은 이미 국제사회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손원일급 잠수함은 수소에너지로 전기를 만드는 연료전지를 쓰는 방식인 공기불요추진(AIP)을 탑재해 2주간 수중작전이 가능하다. AIP는 대량의 산소를 필요로 하는 디젤엔진 발전보다 더 조용하고 오래 잠항할 수 있다.

그렇다면 모터가 엔진을 완전히 대체할까. 답은 ‘노(No)’다. 엔진과 모터는 적어도 10년 이상 ‘동침’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자동차는 순수 배터리와 수소연료의 발전으로 지금도 한 번 충전으로 500㎞ 이상 주행이 가능하다. 하지만 아직 배터리는 130년 넘게 시장에 퍼진 엔진에 비해 가격이 높다. 자동차는 가능하겠지만 비행기와 잠수함을 충분히 움직일 만큼의 효율도 달성하지 못했다. 보잉과 에어버스가 엔진과 모터를 동시에 쓰는 하이브리드 비행기를 개발하는 이유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전기 잠수함과 전기 비행기는 아직 기술은 물론 가격도 (시장이) 수용할 수준은 아니다”라며 “그렇지만 앞으로 자동차는 십여년간 서서히 PHEV와 순수 전기차가 대체하다 어느 순간 내연기관을 넘어버리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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