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3대 메가뱅크인 미즈호은행이 최근까지 추진해오던 한국 2호 지점 개설 작업을 잠정 중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경제보복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서 한국 내 영업망 확대에 나서는 것에 부담을 느낀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한국에 진출한 일본 기업들도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신제품 출시 행사를 연기하는 등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놓고 촉발된 두 나라 간 갈등에 정상적인 산업 및 금융 교류도 급속도로 위축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즈호은행은 최근 한국에 진출한 일본 기업들이 주로 몰려 있는 부산 지역에 2호 지점을 열려던 계획을 돌연 중단했다. 이달 초 단행된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등 경제보복 조치가 금융권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일본의 민간 금융기관에서 나온 첫 대응 사례여서 주목된다. 금융권의 한 고위관계자는 “미즈호는 국내에 진출한 일본계 은행 중에서도 한국 시장 공략에 가장 공을 들여온 곳”이라며 “부산 지역에는 한국에 진출한 일본 기업들은 물론 일본으로 제품을 수출하는 한국 기업도 많아 추가 지점 개설을 검토해왔는데 최근 양국 관계가 얼어붙으면서 부담을 느낀 것 같다”고 말했다.
미즈호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한국에서 일본계 은행들이 자금을 회수하는 상황에서도 여신을 8조원대로 유지했다. 3월 말 기준 미즈호의 국내 총 여신액은 8조2,384억원으로 미쓰비시UFG(5조7,551억원), 미쓰이스미토모(4조2,172억원)보다 2배 정도 많다. 미즈호는 지난해 1·4분기 한국에서 1조7,841억원의 총수익을 거두며 다른 일본계 은행들을 압도했다.
부산은 한국에서 높은 수익을 실현 중인 미즈호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꼽혀왔다. 미즈호가 내부적으로 서울에 이어 부산에 2호 지점 개설을 준비했던 이유다. 부산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부산 지역에는 일본이 100% 출자한 기업 총 115곳이 들어와 있다. 자동차부품·정밀기계 등 제조업종이 18개, 호텔·식료품·유통 등 서비스업종이 95개, 기타 업종 2개 등이다. 일본이 부산 지역에 직접 투자한 금액만도 1조3,000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이달 들어 양국 관계가 경색되면서 미즈호은행의 지점 개설 작업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미즈호은행은 그동안 부산 2호 지점 준비 작업을 대외적으로 숨기지 않았지만 최근 들어 내부 단속에 들어갔다. 미즈호은행 관계자는 “본사 차원에서 한국에 추가 지점을 낼 계획을 검토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는 상황에서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키지 않기 위해 한 발 뺀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일 갈등은 한국에 진출한 일본 기업들도 바짝 긴장하게 만들었다.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확산되는 등 심상찮은 분위기에 일본 기업들이 신제품 출시 행사를 줄줄이 연기하는 모습이다. 소니만 해도 11일로 예정된 무선 이어폰 출시 행사를 연기했다. ‘뫼비우스’ ‘카멜’ 등을 만드는 일본계 담배회사인 JTI코리아도 당초 11일 신제품 출시와 관련한 기자간담회를 열 계획이었지만 ‘내부 사정’을 이유로 미뤘다. /서민우·박효정기자 ingagh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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