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수출이 사면초가다.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로 인한 경기침체에 일본 수출 규제마저 겹치며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이미 우리 수출은 최근 7개월 연속 하락했다. 하지만 어려움 속에서도 절치부심하며 해외 공략에 나서는 기업이 많다. 반세기 이상 수출 첨병 역할을 해온 KOTRA도 수출 총력 지원에 나서고 있다. 특히 해외 무역관의 주재국별로 ‘올 수출을 지난해 대비 10% 늘리겠다’는 목표도 설정했다. 서울경제는 ‘수출 회복의 전기 만드는 코트라’라는 주제로 두 차례에 걸쳐 시리즈를 게재한다.
경기도에 위치한 화장품 업체 ‘디엠쎌코스메틱’ 은 최근 중남미 진출을 고민했다. 여건상 대대적 마케팅은 어려웠다. 이때 KOTRA가 아이디어를 냈다. 핵심은 중남미 지역에서 많은 팔로워를 보유한 국내 ‘파워 인플루언서’를 섭외해 이들을 통해 마케팅을 펼쳐보자는 것. 그래서 현지 여성들에게 인기가 높은 ‘날루(NALU)’를 낙점했다. 곧바로 동영상을 제작해 유튜브 등 SNS 미디어에 뿌렸다. 결과는 대성공. 한 달이 지나자 누적 시청자 수가 120만명까지 늘었다.
이는 실제 비즈니스로 이어졌다. 디엠쎌코스메틱은 중남미 13개국에서 신규 거래선 42개, 계약 규모 66만 달러라는 성과를 냈다. 회사의 한 관계자는 “특히 KOTRA가 영상에 달린 시청자 반응 통계를 분석해 D2C(Direct To Customer) 기반 데이터를 우리에게 제공하고 있는데 이것도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디지털 마케팅은 해외 진출을 꾀하는 중소기업에 또 다른 돌파구가 되고 있다. KOTRA는 외국에서의 한류 현상, 그리고 국내에 장기 체류하면서 해외 시청자에게 인기를 끄는 외국인이 많다는 점에 주목했다. 중소기업은 아무래도 낮은 브랜드 파워, 콘텐츠 제작 여력 부족 등으로 제품 알리기 측면에서 보면 역량이 딸린다. KOTRA로서는 그간 현지 시장에서 축적한 순도 높은 해외 정보를 제품 마케팅에 입혀 기업을 측면 지원할 수 있다. 콘텐츠 제작의 경우도 단순한 제품 홍보에서 더 나가 공장이나 작업실 같은 현장을 보여주는 방식을 제안해 도움을 줬다. KOTRA의 도움을 받은 한 중소업체의 임원은 “스페인어 콘텐츠를 KOTRA가 만들어줘 미국을 포함해 21개국을 동시에 공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두바이 무역관의 ‘SNS를 활용한 바이어 발굴’도 눈에 띈다. 국내 기업을 모집해 해외로 나가 현지 무역관에서 모집한 바이어들과 수출 상담을 하는 그간의 관행 대신 페이스북 광고를 활용한 신규 바이어 발굴 시도에 나선 것이다. KOTRA의 한 관계자는 “1회 약 2,000달러에 달하는 신문광고 등을 통해서도 신규 바이어 발굴은 1개 사절단당 평균 5개사 내외 수준이었고 바이어와 연락하는 시간도 80시간 이상으로 측정되는 등 효율성에 의문을 갖게 돼 시작했다”며 “그랬더니 300달러에 불과한 광고 비용으로 1개 사절단당 평균 10개사의 신규 바이어를 모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KOTRA는 해외 바이어들이 직접 국내 지방에 위치한 기업을 방문하게끔 하는 행사도 하고 있다. 일종의 ‘역(逆)무역사절단’ 서비스다. 해외 출장은커녕 주로 서울에서 열리는 대형 수출상담회에 참석할 엄두를 내기 어려운 지방 소재 내수기업이 안방에서 유력 바이어를 만날 수 있게 해주겠다는 취지다.
다음 달에는 일본 벤더 23곳이 한국에 온다. 일본 정부가 10월부터 소비세를 8%에서 10%로 인상하는 것에 주목해 일본 기업들이 세율 인상 직전 제품을 최대한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있을 것으로 보고 공을 들인 결과다. 인천과 경기. 충북과 전주 등 전국적으로 인근 지역을 묶어 행사를 추진 중에 있다. 한일 관계가 악화일로지만 상담 건수가 300건을 넘을 정도로 반응이 괜찮다. KOTRA의 관계자는 “기존 서울이나 부산과 같은 대도시에서 개최된 상담회와 비교할 때, 참가 한국기업의 경쟁력과 상품 특성이 매우 차별적이라고 느낄 것”이라며 “특히 일본 시장에 소개되지 않은 새로운 아이디어 제품을 찾는 바이어들은 숨은 진주 같은 지방기업의 제품에 커다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상훈기자 s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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