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최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 넷플릭스가 고비를 맞았다. 가입자 수 성장세가 둔화하는데다 콘텐츠 경쟁력을 지닌 디즈니 등이 잇따라 OTT 시장에 뛰어들며 ‘넷플릭스 전성시대’에 위기감이 커지는 모양새다.
20일 정보기술(IT)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최근 2·4분기 실적 발표에서 글로벌 가입자 수가 270만명 증가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 가입자가 400만명 이상 늘었고, 올해 애초 500만명 이상 늘 것으로 예상했던 점을 고려하면 암울할 성적인 셈이다.
특히 미국 내 가입자 수는 13만명 줄어들며 2011년 이후 8년 만에 역성장했다. 미국 내 가입자가 줄어든 이유는 올해 초 넷플릭스 요금이 13~18%가량 올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넷플릭스도 “가입자 증가가 모든 지역에서 예상을 빗나갔고 구독료를 인상한 지역에서는 더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넷플릭스의 이번 실적 부진이 시작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거대 콘텐츠·미디어 기업들이 OTT에 잇따라 뛰어들기 때문이다. 지난 3월 20세기폭스를 인수해 세계 최대 영화사이사 콘텐츠 기업으로 자리매김한 디즈니는 오는 11월 ‘디즈니 플러스’를 개시할 예정이며 타임워너 인수를 마친 AT&T도 내년부터 자회사인 HBO를 앞세워 OTT 사업을 시작한다. 여기에 NBC유니버설과 세계 최대 IT 업체인 애플도 참전을 예고했다.
넷플릭스에 콘텐츠를 공급하던 제작사들이 각자 자기만의 OTT를 차리면서 넷플릭스는 콘텐츠 공백에 더해 자체 콘텐츠 제작에 더 많은 투자 부담이 생긴 상황이다.
다만 넷플릭스는 이미 구축한 플랫폼을 기반으로 신규 제작을 늘려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다고 자신한다. 넷플릭스는 “3·4분기에 ‘기묘한 이야기 시즌3’ 등 인기 드라마 방영에 힘입어 글로벌 가입자 수가 700만명 증가하고, 미국 내 가입자도 장기적으로 9,000만명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넷플릭스는 또 인도 시장에서 저가의 모바일 가입자들을 늘리면 글로벌 성장세를 지속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실제 한국만 보더라도 지난 6월 기준 넷플릭스의 유료 가입자는 184만명으로 1년 전(63만명) 보다 192% 증가하며 호조를 나타냈다. 넷플릭스 유료 가입자를 연령별로 보면 20대가 38% 30대는 31%로 전체의 70%가량을 젊은 세대가 차지했다. 앞으로도 잠재적인 가입 기반이 충분한 셈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시아를 중심으로 넷플릭스 가입자가 더 늘어날 여지는 많다”며 “다만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는 만큼 차별화한 콘텐츠를 얼마나 공급할 수 있느냐가 성장세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진혁기자 liberal@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