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 단축이 시행될 경우 중소기업(종업원 300인 미만 기업)이 현재 수준의 생산량을 유지하기 위해 추가로 부담해야 할 비용이 연간 3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중소기업 10곳 중 8곳이 근로시간 단축 이후 인력난이 심해질 것으로 걱정하는 걸로 나타났다. 중소기업 측면에서 ‘노동공급’을 늘릴 수 있는 유인을 만들지 못하면 근로시간 단축이 총생산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중소기업연구원이 25일 발간한 ‘KOSBI 중소기업동향 2019년 7월호’에 수록된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중소기업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 이후 중소기업이 생산량을 유지하기 위해 추가로 부담해야 할 총비용이 연간 2조9,132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에 따라 추가로 발생하는 신규 고용부담에 기존 근로자 임금 감소액을 뺀 액수다. 우선 보고서는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해 중소기업에서 현재 생산량을 유지하기 위해 총 15만4,800명을 추가로 고용할 필요가 생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이 부담해야 할 연 임금 부담액은 6조7,202억원으로 추정됐다. 이와 동시에 근로시간 단축에 따라 중소기업 근로자의 1인당 월급은 34만8,000원 줄어드는 걸로 계산됐다. 이 감소액을 모두 합치면 중소기업의 연간 총임금감소액은 약 3조8,071억원에 이를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추가 고용비용에 현직자의 임금을 뺀 금액이 3조원에 이를 것으로 나타난 것은, 신규 채용에 따른 임금 부담이 현재 직원의 인건비 감소액을 상회하기 때문이다. 이 보고서를 작성한 노민선 중기연 연구위원은 “신규 고용을 할 경우 4대보험을 새로 가입해야 하는데다 우수한 인력까지 뽑아야 하다 보니 비용이 더 많이 들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중소기업이 현재 생산량을 유지하기 위해 추가로 고용을 늘리길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중기연이 주 52시간 이상 근무하는 근로자를 1명 이상 고용하고 있는 중소기업 500개사를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77.4%는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해 향후 인력난이 심해질 것으로 우려했다. 특히 제조업에 종사하는 기업 중 82.5%가 인력난 심화 가능성이 크다고 답했다. 반면 응답자의 28.4%만 근로시간 단축에 따라 신규인력을 고용할 의향이 있다고 했다. 중소기업의 ‘인력난’과 ‘불경기’로 인해 노동공급, 노동수요 모두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에 노 연구위원은 중소기업에 1인당 노동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인센티브’를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노 연구위원은 “중소기업이 인력을 채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우선 생산성 향상부터 도모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얻은 과실을 사업주와 고용자가 공유하는 모델을 만들어 생산성 향상과 성과공유 모델이 병행하게끔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심우일기자 vita@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