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7분기 만에 최고치인 1.1%를 기록했지만 ‘경기회복’으로 평가하기는 힘들다.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1·4분기의 기저효과에 더해 한 해 동안 써야 할 예산 중 60% 이상을 상반기에 쏟아 부어 간신히 지탱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말하면 하반기 재정 여력은 역대 최악이라는 뜻이다. 하반기 추가 실탄으로 사용하려던 추가경정예산(추경)안 마저 국회 통과가 답보 상태다. 정부의 재정 여력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민간의 활력 지표인 투자와 수출이 회복되지 않는다면 2009년 이후 최악인 1%대 저성장에 진입할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올해 상반기 우리나라 경제가 1년 전에 비해 1.9% 성장하는 데 그쳤다. 반기 기준의 성장률이 2%를 넘지 못한 건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후 처음이다. 늘어난 정부 재정의 효과는 의료 보건 및 사회복지서비스업과 공공행정 국방 및 사회보장업의 생산 증가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부동산업이나 정보통신업과는 달리 증가한 데서 찾을 수 있다. 의료보건 및 사회복지서비스업은 전기대비 2.4% 증가해 제조업 1.8%, 건설업 1.4%보다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한은 관계자는 “건강보험 보장성이 확대된데다 관련 분야의 서비스업이 활발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예산으로 노인 일자리 등을 늘린 탓에 공공행정 국방 및 사회보장업의 생산 증가율도 1.0%를 기록했다.
지출 측면에서도 정부 지출 증가율이 민간 지출 증가율보다 높았다. 정부지출 대비 민간지출 총액을 계산한 결과 2018년 4·4분기 2.98배에서 2019년 1·4분기 2.97배, 2019년 2·4분기 2.92배로 줄어들었다. 이러다 보니 정부의 성장기여도는 1.3% 포인트 증가해 2009년 1·4분기 이후 41분기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공기업이 다수인 전기가스 및 수도사업의 성장률도 눈에 띈다. 전기가스 및 수도사업의 성장률은 8.3%로 전 업종을 통틀어 최대 증가율을 기록했다. 원전 가동 비율이 높아진 탓이다. 한은 관계자는 “원전은 신재생이나 화력, LNG 보다 가장 저렴한 발전원”이라며 “값싼 원전을 돌릴 수록 부가가치 생산 능력이 높아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에 더해 공기업까지 떨어진 민간의 활력을 대체하고 있는 셈이다.
상승한 정부 부문 성장기여도와 달리 민간 성장부문 기여도는 투자·수출 부진으로 1분기 0.1%포인트에서 2분기 -0.2%로 하락 전환했다. 특히 민간투자에 해당하는 민간 부문의 총고정자본형성이 성장률을 0.5%포인트 끌어내리는 영향을 미쳤다. 순수출에 대한 성장률기여도 역시 -0.1% 포인트로 성장률을 끌어내렸다. 민간투자와 수출이 0.6%포인트 만큼 성장률을 낮춘 셈이다. 단 민간소비의 성장 기여도는 0.3% 포인트 증가했다. 의류 등 준내구재와 의료 서비스가 늘어난 탓이다.
전문가들은 수출과 투자 등 민간부문이 회복되지 못한다면 1%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경고하고 있다. 한은은 올해 성장률을 2.2%라고 밝힌 바 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에 월별로 발표되는 고용 동향이 GDP 통계에도 나타났다”며 “일자리가 늘고 있는 사회 복지 분야의 성장 기여도는 높아졌고 제조업과 건설업 등 민간 부문의 성장기여도는 낮아졌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더 우려되는 것은 수출”이라며 “순수출 성장기여도가 마이너스인데, 결국 수출이 얼마나 회복되느냐에 따라 하반기 성적표가 달라질 것인데 아마 1% 성장에 그칠 가능성이 큰 상황”이라고 전망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도 “한마디로 평가하면 정부주도 성장의 위력으로 예상했던 것보다 2분기 성장률이 높게 나왔다”면서도 “아마 이 상태로 간다면 2.0~2.1%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성장률 추가 하향 조정 가능성은 한은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이주열 총재는 “일본의 수출 규제가 확대되는 등 경기 부진 시 성장률을 하향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박양수 경제통계국 국장은 “3~4분기에서 분기 대비 0.8~0.9% 성장을 하게 된다면 연간 2.2% 성장이 달성 가능하다”며 “민간부문이 탄력을 받는지 여부가 하반기 관전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박형윤기자 man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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