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세법개정안은 총선을 앞둔 3년차 정부의 고소득자 쥐어짜기로 요약된다. 경기가 추락하는 상황에서도 투자촉진을 위한 감세는 한시적으로 찔끔 내밀었고 조세 합리화를 명분으로 내세워 고소득자를 대상으로 연간 1,000억원 세 부담을 늘렸다. 특히 올해 기업 실적이 줄줄이 하락함에 따라 내년 법인세를 중심으로 세수 확보에 ‘비상등’이 켜진데다 내년 500조원을 넘는 초슈퍼예산을 짜겠다면서도 ‘표심’을 의식하다 보니 세입기반 확대 의지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황성현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경기 활력을 위해 일부 기업 투자 등의 세금을 깎아주는 한이 있어도 다른 부분에서 세수를 늘렸어야 했다”며 “내년에 총선이 있어서 큰 기대를 하지 않았음에도 아쉽다”고 말했다.
25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내년부터 근로소득에서 일정률을 차감하는 근로소득공제에 2,000만원 한도가 신설된다. 연봉 3억6,250만원 이상인 2만1,000명(전체 근로소득자의 0.11%)이 해당된다. 따라서 총급여가 5억원을 넘으면 110만원, 10억원을 넘는다면 535만원, 30억원 이상은 2,215만원 세 부담이 늘게 된다. 정부는 또 임원의 퇴직소득 한도 계산 시 적용되는 지급배수를 3배에서 2배로 하향 조정해 퇴직소득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기로 했다. 현재 임원 퇴직금 중 지난 2012년 이후 근무분에 해당하는 퇴직금의 경우 일정 한도(퇴직 전 3년간 평균급여×1/10×2012년 이후 근속연수×지급배수3배) 초과 시 근로소득으로 간주해 과세한다. 지급배수가 2배로 하향 조정되면 내야 하는 세금이 많아진다. 이 같은 근로소득공제 정비로 연간 640억원, 임원 퇴직소득 과세 강화로 360억원의 세수가 늘어난다. 현 정부 들어 소득세 명목세율을 높인 데 이어 상대적으로 조세저항이 작은 고소득자만 쥐어짠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번에 추진하는 세법 개정은 올해를 기준으로 비교하면(누적법) 오는 2020년부터 5년간 약 4,680억원의 세수 감소 효과를 낸다. 세수 변화를 매년 전년도 기준으로 비교하는 순액법으로 계산할 경우 5년간 37억원이 증가한다. 세수 감소에는 생산성향상시설 투자세액공제 확대에 따라 1년 한시로 -5,320억원, 창업 중소기업 세액 감면 확대로 -500억원, 사적연금 세제지원 확대로 -440억원 등이 영향을 미쳤다.
정부는 매년 비과세·감면제도 정비를 외치면서도 올해 일몰되는 34개 항목 중 석유제품 전자상거래 세액공제 등 7개만 종료해 조세 철학이 무너졌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비과세·감면제도 정비에 따른 세수 확보 효과는 약 350억원 수준에 그친다. 연 2조원 규모가 되고 대중들에게 민감한 신용카드 사용금액 소득공제와 주택청약종합저축 소득공제 등은 선거를 의식해 줄줄이 연장했다. 김병규 기재부 세제실장은 “세입기반 확대 노력은 계속 할 텐데 지금 현재의 경제상황이나 자영업자의 어려움 등을 감안할 때 적극적인 증세를 할 타이밍은 아니라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결국 선거에서 표를 잃을까봐 보편적인 증세는 하나도 꺼내지 못한 채 고소득자를 대상으로 일부 증세를 하면서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당정이 올 9월 국회에 제출하는 내년 예산안을 올해보다 9.5% 이상 증액된 514조원 규모로 짠다면 향후 추가경정예산안이나 국채 발행으로 부족한 부분을 메우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는 “국가부채를 늘리지 않으면 내년 세입 확보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면서 “미래 세대에게 세 부담을 떠넘기려는 것으로, 내년 총선을 의식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세종=황정원·정순구기자 garden@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