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기 대비 1.1%를 기록했습니다. 1·4분기가 -0.4%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선방’했다는 평가가 가능합니다. 하지만 GDP를 구성하는 지표 하나 하나를 뜯어보면 걱정이 앞섭니다. 정부와 민간, 경제의 두 축 중 정부는 성장률을 끌어올리고 오히려 민간에서는 깎아 먹었기 때문이죠. 물론 경제가 어려우면 정부가 나서야 합니다. 재정을 풀고 금리를 내리는 방식으로 말이죠.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정부가 막대한 돈을 찍어 경기를 살려냈다는 점을 생각하면 경제가 어려울 땐 가용 자원을 모두 활용해야겠죠. 하지만 올해 우리나라 정부의 재정 여력은 사실상 역할을 다했습니다. 하반기에 민간이 되살아나지 못한다면 2009년 이후 10년간 이어진 2% 이상의 성장이 마침표를 찍을 수 있습니다.
◇2·4분기 1.1%…재정 ‘나 홀로’ 성장= 역대 최대로 끌어올린 상반기 재정집행 덕에 2·4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기 대비 1.1% 증가했습니다. 한은 관계자는 “민간성장 기여도는 마이너스지만 중앙정부의 재정집행률이 높아진 가운데 정부의 성장기여도가 큰 폭으로 올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기획재정부가 밝힌 상반기 재정집행률은 65%입니다. 재정을 조기 집행했다는 뜻이죠. 통상 예산은 일찍 쓸 수록 재정의 부가가치 효과가 커진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정부의 성장기여도는 전기 대비 1.3%포인트 올랐습니다. 이는 지난 2009년 1·4분기 이후 최고치입니다. 하지만 민간의 성장기여도는 0.2%포인트 감소했습ㄴ;다. 1·4분기 0.1%포인트 증가했지만 다시 감소세로 전환된 셈이죠. 투자를 뜻하는 총고정자본형성 중 민간의 성장기여도도 -0.5%포인트를 기록했으며 순수출 성장기여도 역시 -0.1%포인트로 집계됐습니다.
◇노인일자리·원전 가동률 인상이 정부기여도 끌어올려=늘어난 정부 재정의 효과는 의료 보건 및 사회복지서비스업과 공공행정 국방 및 사회보장업의 생산 증가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부동산업이나 정보통신업과는 달리 증가한 데서 찾을 수 있습니다. 의료보건 및 사회복지서비스업은 전기대비 2.4% 증가해 제조업 1.8%, 건설업 1.4%보다도 큰 폭으로 증가했스니다. 한은 관계자는 “건강보험 보장성이 확대된데다 관련 분야의 서비스업이 활발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정부의 예산으로 노인 일자리 등을 늘린 탓에 공공행정 국방 및 사회보장업의 생산 증가율도 1.0%를 기록했죠.
지출 측면에서도 정부 지출 증가율이 민간 지출 증가율보다 높았습니다. 정부지출 대비 민간지출 총액을 계산한 결과 2018년 4·4분기 2.98배에서 2019년 1·4분기 2.97배, 2019년 2·4분기 2.92배로 줄어들었습니다. 이러다 보니 정부의 성장기여도는 1.3% 포인트 증가해 2009년 1·4분기 이후 41분기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공기업이 다수인 전기가스 및 수도사업의 성장률도 눈에 띕니다. 전기가스 및 수도사업의 성장률은 8.3%로 전 업종을 통틀어 최대 증가율을 기록했습니다. 원전 가동 비율이 높아진 탓인데요. 한은 관계자는 “원전은 신재생이나 화력, LNG 보다 가장 저렴한 발전원”이라며 “값싼 원전을 돌릴 수록 부가가치 생산 능력이 높아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에 더해 공기업까지 떨어진 민간의 활력을 대체하고 있는 셈입니다. 원전 가동률을 늘려야 하는 이유가 또 생겼네요. 반면 민간 성장부문 기여도는 투자·수출 부진으로 1분기 0.1%포인트에서 2분기 -0.2%로 하락 전환했습니다. 특히 민간투자에 해당하는 민간 부문의 총고정자본형성이 성장률을 0.5%포인트 끌어내리는 영향을 미쳤습니다. 순수출에 대한 성장률기여도 역시 -0.1% 포인트로 성장률을 끌어내렸습니다. 민간투자와 수출이 0.6%포인트 만큼 성장률을 낮춘 셈입니다.
◇이제부턴 민간이…돈 쓸 곳에 써야=전문가들은 수출과 투자 등 민간부문이 회복되지 못한다면 1%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경고하고 있습니다. 한은은 올해 성장률을 2.2%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에 월별로 발표되는 고용 동향이 GDP 통계에도 나타났다”며 “일자리가 늘고 있는 사회 복지 분야의 성장 기여도는 높아졌고 제조업과 건설업 등 민간 부문의 성장기여도는 낮아졌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 “더 우려되는 것은 수출”이라며 “순수출 성장기여도가 마이너스인데, 결국 수출이 얼마나 회복되느냐에 따라 하반기 성적표가 달라질 것인데 아마 1% 성장에 그칠 가능성이 큰 상황”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도 “한마디로 평가하면 정부주도 성장의 위력으로 예상했던 것보다 2분기 성장률이 높게 나왔다”면서도 “아마 이 상태로 간다면 2.0~2.1%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습니다. 성장률 추가 하향 조정 가능성은 한은도 인정하는 부분입니이다. 이주열 총재는 “일본의 수출 규제가 확대되는 등 경기 부진 시 성장률을 하향 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제는 민간이 해줘야 할 때입니다. 하지만 필수적인 것은 정부의 뒷받침입니다. 한 전문가는 이렇게 말합니다. “소상공인 지원에만 7조원의 예산이 들어간다. 이 것을 업종에 투자해봐라”. “사회안전망은 이제 어느정도 다 갖춰졌다. 돈을 쓸 곳에 써야 한다”. 가장 시급한 일은 꺼져가는 경기의 활력을 살려야 하는 일입니다. 소득주도 성장의 대 전제 역시 경기의 성장입니다. 적어도 내년 예산부터는 예산을 통한 직접지원 방식은 줄이고 민간의 투자를 자극하기 위한 곳에 돈을 써야 할 것 같습니다.
/박형윤기자 man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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