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소비자들이 ‘호갱’에서 벗어나고 있을 것일까. 유명 축구선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유벤투스 FC)의 ‘노쇼’와 영국 가수 앤 마리 공연 취소에 대한 피해자들의 대응이 빨라졌다. SNS 등 미디어를 적극 활용해 과거보다 집단적이고 적극적으로 소비자 권리를 주장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국내 팬들을 위해 지난 28일 무료공연을 개최한 앤 마리가 애초 공연하기로 한 ‘홀리데이랜드 페스티벌 2019’에 대해 소비자들의 집단 대응이 시작됐다. 앞서 페스티벌은 주최사인 페이크 버진의 미숙한 진행과 일방적인 공연 취소로 페스티벌 참여자들은 분노했다. 페이크 버진 측은 “아티스트의 요청”이라는 이유를 대며 공연을 취소 소식을 전했지만 헤드라이너인 앤 마리와 H.E.R. 등 해당 아티스트들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반박했다.
소비자들은 28일 페스티벌 종료 직후부터 ‘홀리데이랜드 페스티벌 피해자 모임’이라는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을 개설했으며 30일 기준 1,100명 이상의 피해자가 참여했다. 이들은 28일 새벽부터 채팅방을 개설해 페이크 버진 측의 미숙한 진행과 관련한 자신들의 입장 정리에 나섰다. 이튿날인 29일, 페이크 버진 측의 해명을 요구하는 이미지가 자발적으로 제작됐고 자신들의 피해를 알리기 위해 이른바 ‘실시간 검색어 총공’을 펼쳤다. 이에 앤 마리와 홀리데이랜드 페스티벌은 29일 실시간 검색어 및 20대 급상승 검색어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날 페이크 버진 측이 ‘1일권은 80%, 양일권은 40% 환불’이라는 환불 기준을 발표하자 일부 피해자들은 이를 거부하고 집단소송을 위한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도 개설했다. 이들은 공정거래위원회의 공연티켓 환불 규정을 근거로 입장료의 110%에 해당하는 금액의 환불을 요구하고 있다. 해당 규정에는 공연업자의 귀책사유·천재지변 등 불가항력의 경우로 인해 공연이 취소된 경우 ‘입장료 환급 및 입장료의 10% 배상’이라는 보상기준이 명시돼 있다. 현재 이 방에서는 500명 이상의 피해자가 집단소송을 논의하며 소비자의 권리를 주장하고 있다.
앞서 지난 26일 더페스타가 주최한 K리그와 유벤투스 FC의 친선경기에서 이른바 ‘호날두 노쇼’ 사태에 대해 친선전 티켓을 구매한 팬들은 집단 소송을 추진 중이다. 30일 변호사 김민기 법률사무소의 손해배상 소송 제기를 시작으로 다른 법률사무소들도 앞다퉈 이번 소송 행렬에 동참하고 있다. 소송에 참여한 피해자의 규모는 수천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소비자들의 집단 대응은 후원금 모집의 형태로도 나타난다. 지난 4월 ‘호박즙 곰팡이 논란’으로 물의를 빚은 인터넷 쇼핑몰 임블리가 속한 부건 애프엔씨의 경우 한 SNS 계정주 A 씨를 블랙 컨슈머로 규정하고 그를 상대로 법원에 ‘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해당 계정은 부건 에프앤씨의 제품으로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의 제보 글을 게재해 화제가 된 바 있다. 한국소비자보호원·식품의약처 등 다양한 기관에 부건 에프앤씨에 대한 신고가 이뤄지도록 주도했다. 그 결과 지난 6월 부건 에프앤씨의 일부 품목에 대한 광고 및 판매 정지 처분을 내렸으며 서울시전자상거래센터는 임블리를 ‘피해다발업체’로 지정했다. 부건 애프엔씨가 A씨에 대해 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는 소식을 접한 소비자들은 A씨를 돕기 위한 후원금 및 집단 소송 목적 후원금 마련 운동을 펼쳤다.
이러한 현상과 관련해 진현정 중앙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소비자들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학습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진 교수는 “온라인상 커뮤니케이션 수단의 발달이 적극적인 소비자들의 행보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며 “소비자들이 자신들이 행동하는 법을 터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현주 인턴기자 apple260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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