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2·4분기 삼성전자의 반도체 영업이익이 3조4,000억원에 그쳤다. 지난 2016년 3·4분기(3조3,700억원) 이후 3년 만에 처음으로 영업이익이 3조원대로 내려앉으면서 영업이익률도 5년 만에 가장 낮은 21.13%까지 빠졌다. 메모리 업황의 하락 국면이 무역분쟁에 따른 경기침체로 예상보다 길어지는 가운데 일본의 소재 수출규제 등 불확실성마저 겹치면서 연말까지 본격적인 회복세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삼성은 31일 지난 2·4분기 확정 실적으로 매출 56조1,300억원, 영업이익 6조6,000억원을 거뒀다고 발표했다. 매출은 4%(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은 55.6% 감소한 것이다.
특히 반도체와 스마트폰 영업이익이 각각 70%, 42% 줄어든 것이 실적 악화의 결정타였다. 반도체 영업이익률 21.13%는 1년 전(55.1%)은 물론 전 분기(28.5%)에도 못 미치는 것이다. 다만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률(9.9%)과 비교하면 최악의 시황에도 제품 포트폴리오 덕분에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도 있다. 이 때문인지 삼성은 이날 의도적인 메모리 감산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디스플레이 사업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판매 호조와 애플의 일회성 수익까지 더해져 7,500억원의 이익을 기록했다. 스마트폰과 가전 사업은 각각 1조5,600억원, 7,100억원의 흑자를 냈다. 스마트폰은 갤럭시 S10 시리즈의 판매가 예상보다 부진했고 가전은 QLED TV 등의 판매 호조로 1년 전(5,100억원)보다 실적이 좋았다.
하반기는 계절적 성수기에도 불구하고 대외 불확실성 탓에 예측이 쉽지 않다. 삼성은 애초 발표예정이던 주주환원 정책도 내년 초로 연기했다. 증권가에서는 올 3·4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로 이번 분기보다 소폭 증가한 7조1,000억원 정도를 보고 있다. 반도체만 해도 데이터센터의 수요 회복이 더디고 스마트폰 쪽도 갤럭시 노트 10 출시에도 업황이 잿빛에 가깝다는 설명이다. 사업 외적으로는 이재용 부회장의 대법원 판결이 다가오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검찰 수사의 압박이 강해지는 점이 부담으로 꼽힌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 입장에서는 소재 수출규제라는 발등의 불도 꺼야 돼 그야말로 시계제로 상태”라고 말했다. /이상훈기자 shlee@sedaily.com
작년보다 각각 70%·40% 줄어
메모리 하락세에도 D램마진 탄탄
원가경쟁력 앞세워 시장 강화나서
삼성전자 실적을 이끈 쌍두마차인 반도체와 스마트폰 사업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2·4분기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70%,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IM사업부의 영업이익은 40% 줄면서 전체 영업이익이 절반 이상 줄었다. 디스플레이는 일회성 수익을 제외하면 2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가전사업만 유일하게 실적이 개선됐다. 하반기 전망도 흐리다. 글로벌 수요회복이 더딘데다 일본의 수출규제까지 겹치며 반도체 사업의 실적 회복이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이크론과 SK하이닉스 등 경쟁업체들이 감산과 투자 연기로 반도체 업황 둔화에 대응하고 있는 것과 달리 감산 계획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생산 시설 확충도 기존 계획대로 가져간다고 밝혔다. 메모리반도체에서 확고부동한 1위로서 원가경쟁력을 앞세워 이번 위기를 오히려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려는 기회로 만들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2·4분기 영업이익은 3조4,000억원에 그쳤다. 반도체 영업이익이 3조원대로 떨어진 것은 지난 2016년 3·4분기 이후 처음이다. 수요 회복 지연,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 가격 하락이 계속됐기 때문이다. 2·4분기 말부터 서버 업체들의 구매가 재개되고 계절적 성수기가 도래하지만 가격 하락이 지속되며 하반기 회복전망도 좋지 않다. 이날 시장조사업체 디램익스체인지는 PC에 주로 사용되는 DDR4 8Gb D램 제품의 7월 가격이 평균 2.94달러로 전달 대비 11.18%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향후 가격 하락폭은 줄어도 하락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감안하면 하반기에는 반도체 영업이익이 3조원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반등 시점은 내년 상반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사의 한 연구원은 “1·4분기가 계절적 비수기이기 때문에 반도체 실적 반등 시기는 내년 2·4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삼성전자는 반도체 업황 회복 지연에도 불구하고 감산 없이 오히려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이날 콘퍼런스콜에서 삼성전자는 “인위적인 웨이퍼 투입 감소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외국계 투자은행(IB)의 한 반도체 애널리스트는 “감산을 통해 가격 하락을 막겠다는 의지를 보인 경쟁사들과 달리 삼성전자는 의외의 결정을 했다”면서도 “삼성전자는 아직 D램 마진이 40%가 넘을 정도로 원가 구조가 제일 좋기 때문에 이 기회에 시장점유율을 더 높이겠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현재 진행 중인 생산시설 확충도 계획대로 한다고 밝혔다. 중국 시안 2기는 올해 말 준공한 후 내년 초 가동할 예정이며 평택 2기는 내년에 가동할 예정이다.
스마트폰 사업의 경우 갤럭시 S10의 수요 하락과 중저가폰 가격 경쟁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1%나 줄어든 1조5,6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근래 3년간 IM 부문의 분기 영업이익이 2조원을 밑돌았던 경우는 갤럭시 노트7 발화 사태가 발생했던 2016년 3·4분기와 지난해 4·4분기 두 차례밖에 없었다. 실적이 악화된 주요 원인 중 하나는 갤럭시S10 시리즈의 판매 실적이 출시 초기에 비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고사양 스마트폰 소비자들의 신제품 교체주기가 길어지면서 갤S10 출시 효과가 기대만큼 스마트폰 교체수요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스마트폰들의 내구성이 좋아진데다 적용된 첨단기술이 상당히 성숙해 신구 제품 간 차별점이 과거보다 덜해지는 추세여서 소비자들의 제품교체주기 장기화는 당분간 추세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더해 화웨이와 샤오미 등 중국 업체들과의 중저가폰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갤럭시 A 시리즈 등 보급형폰의 기능을 대폭 향상시키는 바람에 제조원가가 많이 들어 수익성이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올해 2·4분기 휴대폰 판매량은 8,300만대로 지난 1·4분기(7,800만대)보다 늘어났지만 평균판매단가(ASP)는 210달러선으로 240달러 후반이었던 전 분기보다 오히려 줄어들었다.
전 분기 적자를 기록했던 디스플레이 사업부는 영업이익 7,500억원을 기록해 흑자로 돌아섰다. 다만 일회성 수익 약 9,000억원을 제외하면 2분기 연속 적자다. 하반기는 중소형 디스플레이의 경우 주요 스마트폰 고객사의 신제품 출시로 판매 확대가 예상되며 대형 디스플레이의 경우 판가 하락이 지속되고 있어 초대형·초고해상도 등 프리미엄 제품으로 수익성을 개선할 계획이다. 가전사업부는 영업이익 7,100억원으로 유일하게 실적이 개선됐다. 삼성전자는 “수요가 점차 살아나고 가격도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어 3·4분기는 전체적인 업황이 안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다양한 대내외 변수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어 현시점에서 구체적인 전망치를 제시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고병기·권경원 기자 staytomorro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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