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은 했지만 생각보다 빠르게 외국자본들이 국내 플랫폼 기업들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해외진출의 기회가 되겠지만 시장을 잠식당할 수도 있습니다.”
쿠팡·배달의민족 등 기존 유니콘 기업들의 대주주가 외국계로 넘어간 상황에서 여기어때·마켓컬리 등 예비 유니콘 기업들도 대주주가 외국 기관으로 바뀌는 것을 두고 국내 투자은행(IB) 관계자가 한 평가다.
CVC캐피탈은 여기어때 인수 이후 적극적 경영 개입으로 회사를 글로벌 시장에 진출시킨다는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CVC가 여기어때 투자를 결정한 것은 실제로 온라인 여행·숙박 시장에 정통하기 때문이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1일 “CVC는 온라인 기반 여행·숙박 산업에 대한 확신이 있다”며 “여기어때 인수가 완료되면 단순 투자자가 아닌 적극적 경영 참여로 시장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계가 경영권을 인수한 여기어때와 달리 대부분 유니콘은 경영권 참여 없이 지분 투자에 집중한다. 중국계 벤처캐피털(VC)인 힐하우스캐피털과 세콰이어캐피털차이나가 마켓컬리의 초기 투자 기관들이 보유한 구주의 매입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시리즈D 단계 신주투자를 완료하고 현재는 기존 주주들이 가진 구주를 힐하우스 등이 매입하는 협상이다. 올해 6월 힐하우스의 투자 이전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의 지분율은 보통주 기준 27%가량이었다. 구주 매입이 완료되면 이들 중국계 VC의 지분율은 30%를 훌쩍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유니콘이 된 기업의 대주주는 외국계가 많다. 쿠팡은 소프트뱅크의 비전펀드가 대주주로 있고 배달의민족(우아한형제들)은 중국계 힐하우스가 대주주로 있다. 싱가포르투자청(GIC)도 야놀자의 주요 주주로 등극했고 토스 역시 세콰이어가 주요 주주로 있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현상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과 우려의 시선을 동시에 보내고 있다. 온라인 여행·숙박 산업에 이해도가 높은 CVC가 여기어때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돕는 것처럼 세계 시장 공략에 일부분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힐하우스는 온라인 음식배달 서비스 배달의민족의 대주주로 있는데 마켓컬리(신선식품 배송)와 시너지를 낼 수 있다. 힐하우스는 중국의 온라인 배달 기업 메이투안에도 투자를 한 바 있어 업계 이해도가 높다.
다만 국내 기관투자가의 영향력은 약해진다. VC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해외 VC처럼 수천억원 단위의 금액을 투자할 국내 VC는 사실상 없다”며 “규모의 한계 때문에 좋은 기업을 발굴하고도 끝까지 키우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박호현기자 greenl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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