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허베이성 헝수이시 우이현 칭량뎬진 바오셴란촌의 농장 닭은 발에 만보기를 달고 있다. 이들은 중국 2위 전자상거래 업체 징둥이 위탁한 이른바 ‘달리기닭’이다. 방목된 상태에서 하루 1만보, 총 100일 동안 100만보 이상 달린 닭을 징둥이 시중가격의 3배 이상으로 사들여 자사의 온라인 채널을 통해 판매한다. 지난 2016년에 시작된 이 사업으로 지금까지 팔린 달리기닭은 총 13만마리에 달한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달리기닭 판매로 우이현의 543가구가 빈곤에서 탈출했다”고 전했다.
# 7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1면 머리기사를 시진핑 국가주석이 푸젠성 서우닝현의 한 촌민에게 빈곤퇴치를 축하하는 서한을 보냈다는 내용으로 채웠다. 시 주석은 이 편지에서 “지난 30년간의 노력으로 이 촌락의 면모가 일신해 큰 성과를 거뒀다”면서 “작은 힘이라도 끈기 있게 계속하면 성공한다는 점을 일깨워줬다”고 말했다. 베이다이허에서 휴가를 겸한 지도부 회동을 갖는 와중에 보낸 이 편지는 그만큼 시 주석이 농촌을 챙긴다는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징둥·알리바바 등 정보기술(IT)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중국에 스마트농업이 확산하고 있다. 중국은 공산당 창당 100주년인 오는 2021년 중산층 사회를 의미하는 이른바 ‘샤오캉(小康) 사회’를 목표로 내걸며 빈곤 퇴치를 핵심으로 하는 ‘삼농(농민·농업·농촌) 문제’ 해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를 위해 당국은 스마트농업을 기치로 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여기에 징둥 등 인터넷 기업들이 적극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 기업들 입장에서는 농촌 상품을 통해 전자상거래에서 새로운 포트폴리오를 만들 수 있고 또 한편으로는 농촌 자체가 주요한 소비시장이 된 셈이다.
스마트농업에 가장 큰 관심을 갖는 IT 기업은 징둥이다.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알리바바에 다소 밀리는 징둥은 일찌감치 농촌에서 활로를 찾았다. 징둥 농촌사업의 대표적인 사례가 ‘달리기닭’이다.
징둥이 달리기닭이라는 이름의 양계사업을 시작한 것은 중국 농산물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에서 비롯됐다. 중국에서는 닭 공장이라고 할 정도로 가혹한 밀집환경에서 닭을 키우는 것이 일반적인데 방목을 할 경우 영양가와 안전성에서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실제 방목닭인지 여부를 소비자가 구별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이에 따라 징둥은 닭의 발에 만보기를 달아 이를 인터넷과 연계시켰다. 만보기를 스캔하면 닭의 운동량이 확연히 드러나도록 한 것이다. 징둥은 이후 달리기닭 상품을 자사 인터넷 매장에 올렸고 이는 징둥이 가진 신뢰도를 바탕으로 소비자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이후 징둥은 달리기닭의 성공을 바탕으로 호수에 자유롭게 방목된 ‘헤엄치는 오리’도 만들어냈다. 또 거액의 자금을 투입해 식물공장인 스마트팜을 세우고 농작물의 방제작업에 드론을 활용하는 선구적인 사업도 벌였다. 이들을 종합한 것이 지난해 장쑤성 쓰훙현에 ‘연꽃마을’이라는 이름으로 조성한 복합생태전원 마을이다. 징둥은 연꽃을 테마로 이 마을에 재배·관광·숙박·레저 등 복합생태계를 조성해 농민의 소득을 증대시키는 것은 물론 도시인들이 체험할 수 있는 관광지를 만들어냈다.
이처럼 징둥이 앞서나가는데 중국 내 1위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가 가만있을 리 없다. 알리바바는 ‘타오바오촌’을 만들고 있다. 타오바오촌은 농민들이 전자상거래와 연계된 일종의 인터넷 창업 클러스터다. 알리바바의 전자상거래 플랫폼 ‘타오바오’를 활용했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 농촌 주민들은 이를 통해 자신의 농작물을 판매하는 것은 물론 거꾸로 도시의 상품도 살 수 있다.
농촌과 IT 기업의 접목은 왕이가 만든 ‘꽃돼지’가 최초라고 한다. 중국의 대표 포털사이트인 왕이는 2011년 저장성 안지현에서 IT를 이용해 첨단화·전문화한 ‘꽃돼지’라는 이름의 스마트 돼지사육 모델을 도입했다. 해당 돈육을 왕이의 유통망을 통해 판매하면서 농촌과의 상생을 시도했다.
중국에서 징둥이나 알리바바 등의 농촌 투자는 중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빈곤퇴치’ 운동에 기업들이 호응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징둥 등이 사업을 추진한 농촌은 중국 내에서도 상대적으로 낙후되고 빈곤한 지역이다. 중국은 샤오캉 사회 실현을 앞두고 2020년까지 빈곤인구 제로(O)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는데 빈곤인구가 농촌에 집중된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즉 중국 정부가 기업들에 ‘빈곤농촌’에 투자하라고 다그치는 상황인 셈이다. 앞서 시 주석이 푸젠성의 한 마을에 친서를 보내 빈곤탈피를 축하한 것은 이런 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물론 기업들에도 이익이 있다. 도시의 유통시장이 포화상태인 상황에서 농촌에서 활로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량 농산물을 확보해 도시에 공급하는 것과 함께 농촌 자체가 중요한 소비시장이 될 수 있다는 기대를 가질 수 있다.
어느 나라나 도시에 비하면 농촌이 상대적으로 저성장하는 어려움이 있다. 중국에서는 이를 ‘삼농 문제’라고 부른다. 삼농은 농민과 농업·농촌을 함께 일컫는 말이다. 간단히 말해서 농촌의 빈곤과 농민의 가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중국은 40년의 개혁개방 시기를 거치면서 도시는 급격한 성장을 이룬 반면 농촌은 깊은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도시와 농촌이라는 이원화 제도에 따른 빈부격차 심화와 집체소유에 따른 생산성 저하가 주요 원인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펴낸 ‘2018년 중국통계연감’에 따르면 2017년 기준 농촌의 연간 1인당 가처분소득은 1만3,432위안으로 도시의 36.9%에 불과했다. 농민의 수입이 도시민의 3분의1밖에 안 된다는 것이다.
물론 중국 정부가 노력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2월 중국은 올해 공산당 제1호 문건을 통해 삼농 문제 해결을 강조했다. 중국에서 가장 중요한 정책 방향으로 제시되는 1호 문건에는 16년째 농촌 문제가 담겨 있다. 이번 문건에서 당국은 “농업 기반을 충실하게 만들고 농촌 건설을 착실히 추진하며 농촌 개혁을 전면 심화하는 등 8개 방면에서 매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다만 중국의 농촌 문제는 근본적인 문제 때문에 해결되기 어려운 실정이다. 바로 농업의 핵심수단인 토지 소유권에 관한 문제다. 중국이 사회주의를 고집하는 상황에서 농업 생산성의 대폭적인 향상이 요원하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토지는 모두 국유다. 전반적으로 중국이라는 국가는 도시와 농촌을 별개의 방식으로 다루고 있는데 이는 토지의 국유화 형태에서 확연히 나타난다. 우선 도시의 경우 토지 소유권은 국가가 갖고 있지만 ‘사용권’이라는 방식으로 이를 자유롭게 유통하거나 이용할 수 있다. 중국에서 누가 아파트를 산다는 것은 아파트의 사용권을 취득한다는 것이다.
반면 농촌의 토지는 국유의 변형된 사례인 ‘집체소유’ 형식을 취하고 있다. 즉 토지를 지역 농민들이 집체로 공동소유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농촌의 토지는 그 지역 후커우(한국의 호적)를 가진 농민만이 경영할 수 있다. 자본가가 대규모로 농지를 사서 농장을 꾸리는 것이 원천적으로 차단돼 있다는 의미다. 어떤 농민이 ‘승포(承包)경영권’을 외지인에게 팔려고 하면 지역 농민 전체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한다.
승포란 중국 농촌경제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중국 특유의 경영형태다. 이 제도는 중국 개혁개방의 시작점으로 평가받는 1978년 11월 안후이성 펑양현 샤오강촌 농민들의 혁명작업이 출발점이 됐다. 그전까지 농촌의 토지는 공동소유와 함께 공동경작·공동분배하는 집단주의 시스템이었는데 당시 샤오강촌 농민들은 승포제라는 이름으로 공동경작과 공동분배 체제를 깨뜨렸다. 자신이 맡은 토지를 경작한 후 이익의 일정 부분을 집체라는 농촌집단에 내고 나머지는 각자 갖기로 한 것이다. 이런 승포 경영 시스템은 곧 전국으로 퍼졌고 이후 농촌의 생산이 크게 늘어났을 뿐만 아니라 중국 전체의 개혁개방 확산을 불러왔다.
문제는 그로부터 40여년이 지난 현재도 중국 농촌의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당시 출현했던 승포경영권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여전히 농촌의 토지는 촌민위원회 등 농촌집단이 공동소유하고 농민들은 이를 빌려 각자 농사를 짓는다. 폐쇄적인 각 농촌집단은 도시인은 물론 다른 농촌 집체 구성원의 진입도 금지하기 때문에 외부자본이 투자될 여지가 없다. 전문가들은 ‘빈곤퇴치’라는 이름 아래 중국 농촌의 여건이 일정 수준까지는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지만 한국이나 서구 선진국들과 같은 농업 경쟁력을 키우기에는 한계가 분명하다.
징둥 같은 IT 기업도 여전히 농촌에서는 이방인일 뿐이다. 농촌집단은 농작물을 비싸게 사주기 때문에 징둥에 판매를 하는 것이지 동업관계는 아니다. 사회주의 중국이 토지의 국유화를 포기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농촌 살리기는 반쪽짜리에 그칠 수밖에 없다. 중국 농업 관련 전문가인 한 대학 교수는 “농민이란 후커우 신분과 집체소유·승포경영을 기본으로 한 시스템이 중국 농촌의 활력을 저해하는 기본적이고 가장 중요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베이징특파원 chsm@sedaily.o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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