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하지는 않지만 꾸준한 플레이로 우승에 도전해온 박채윤(25·삼천리)이 데뷔 5년 차에 ‘메이저 퀸’ 타이틀을 얻었다. 이번 주 우승(3억5,000만원)과 지난주 준우승(9,200만원)으로 2주 동안 무려 4억4,200만원을 벌었다. 올해의 선수 격인 대상(MVP) 포인트에서도 3위에서 다시 선두로 올라서면서 생애 첫 주요 부문 타이틀 획득의 가능성도 한껏 키웠다.
박채윤은 1일 춘천 제이드 팰리스GC(파72)에서 끝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한화 클래식(총상금 14억원)에서 4라운드 합계 5언더파 283타로 우승했다. 1라운드 때 선두에 3타 뒤진 공동 15위였던 박채윤은 2라운드에 선두와 격차를 2타로 줄였고 3라운드에는 선두와 6타 차까지 벌어졌다. 역전 우승은 어려워 보였으나 박채윤은 6타 차 열세를 극복해냈다. 마지막 날 챔피언 조인 넬리 코르다(미국), 이가영, 김소이가 모두 타수를 잃는 사이 박채윤은 버디 4개와 보기 1개로 3타를 줄였다. 3언더파 69타는 이날 출전 선수 중 데일리 베스트 스코어였다.
코르다에게 1타 앞선 단독 선두로 먼저 경기를 마친 박채윤은 코르다의 17번홀(파4) 보기로 우승을 예감했고 18번홀(파5) 세 번째 샷이 홀을 지나가면서 2위 그룹(코르다·김소이·이정민)과 1타 차 우승을 확정했다. 이 대회는 KLPGA 투어 단독 주관 대회 중 총상금(14억원)이 올 시즌 두 번째로 많은 대회다. 15억원인 10월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 다음이다. 지난주 하이원리조트 여자오픈 준우승으로 9,200만원을 받았던 박채윤은 이번 주 메이저대회 첫 우승으로 3억5,000만원을 거머쥐면서 2주 사이에 4억원이 훌쩍 넘는 상금을 챙기게 됐다. 이 대회 전까지 시즌 상금 13위였던 그는 올 시즌 벌어들인 총액보다 많은 돈을 한 번에 손에 넣으면서 상금 2위(약 6억4,800만원)로 수직상승 했다. 남은 기간 상금·대상 동시 수상도 충분히 노려볼 만하다.
2015년 KLPGA 투어에 데뷔한 박채윤은 지난해 7월 맥콜·용평리조트 오픈에서 처음 우승했다. 1승까지는 오래 걸렸지만 1승 뒤 1년여 만에 2승째를 올렸다. 박채윤은 강력한 드라이버 샷과 정교한 아이언 샷으로 실수가 적은 플레이를 펼친다. 올 시즌 20개 출전 대회에서 12차례나 톱10에 올라 최다를 기록 중이다. 후반기 첫 대회인 지난달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에서 컷 탈락해 기세가 꺾이는가 했지만 이후 준우승-우승으로 벌떡 일어섰다. 박채윤은 어릴 적 열한 살 터울 친오빠를 교통사고로 잃은 아픔을 가지고 있다. 골프를 시작한 것도 그 충격이 계기가 됐다. 지난해 데뷔 105번째 출전 대회에서 우승했던 박채윤은 두 번째 트로피를 오빠에게 바쳤다.
4번홀(파5) 칩인 버디 등 초반부터 부지런히 타수를 줄여나간 박채윤은 13번홀(파3)에서 김소이가 보기를 범하면서 공동 선두로 올라섰다. 16번홀(파4) 125m 거리에서의 두 번째 샷을 핀 3m 남짓에 붙인 뒤 버디를 잡아 단독 선두가 됐다. 경기 후 박채윤은 “경기 전 컨디션이 안 좋아 욕심내기보다는 ‘여기 있다는 것만도 감사하다’는 마음으로 편하게 임했다. 그 덕분에 오히려 좋은 결과가 찾아온 것 같다”며 “시즌 첫 우승이 생각보다 빨리 왔다. 사실 지난달 디스크 진단을 받는 등 목 통증으로 계속 고생했는데 몸을 잘 추슬러서 남은 시즌도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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