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로 협찬을 하지 않았는데, 우연히 방탄소년단이 지난해 저희 옷을 입고 뮤직비디오를 촬영했어요. 아마 스타일리스트가 구매했던 것 같아요. 연예인과 외국인이 저희 옷을 많이 찾습니다. 이유가 궁금해 스타일리스트들에게 물어보니 컬러감이 좋았다고 하더군요.”
백인원(32)·윤승호(33) 어피스오브케이크 공동 대표는 3일 서울 홍대 인근 카페에서 서울경제와 만나 브랜드의 인기 비결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어피스오브케이크(a piece of cake)는 ‘식은 죽 먹기’란 뜻이다. 회사 이름으로 쓰기에 ‘다소 튀는 사명’을 쓸 만큼 아이디어가 톡톡 튀는 청년 대표들이다.
사실 두 대표는 패션과 공통 분모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둘다 공대 출신으로 디자인에 관심이 있는 정도였고, 둘이 친해진 계기도 댄스동아리였다. 하지만 2015년 11월 뛰어든 쇼핑몰 사업은 현재 홍대 단독매장까지 마련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국내외 정말 많은 의류 브랜드가 있고 우리의 창업자금도 넉넉하지 않았어요. 하나씩 천천히 해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한 사업이에요. 창업 다음 해 2016년 가을·겨울 시즌에 낸 항공 점퍼가 너무 반응이 좋았어요. 양면 항공 점퍼를 출시했는데, 무신사(의류 쇼핑몰)에서 1위까지 올랐죠. ”(웃음)
갑작스러운 ‘성공’은 이들에게 청년 창업의 어려움도 맛보게 했다. 소량 생산을 하다가 1주일에 100개 넘게 몰려온 주문 탓에 의류 주문을 맡긴 업체와 납기, 품질, 대금 문제로 다투는 일이 늘었던 것. 처음에는 재고 관리도 익숙하지 않았다.
이런 문제를 해결했던 것은 분업화와 수익이다. 백 대표가 경영을 맡고, 윤 대표가 디자인을 전담하기로 한 것. 현재 온라인과 매장 합산 매출은 월 1억원 중반대다. 해외 판매 비중은 전체 매출에서 50%까지 정점을 찍은 뒤 지금도 30%대를 유지하고 있다. 카페24 플랫폼을 활용해 구축한 온라인에서 제품을 보고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이 매장을 찾는다고 한다. 무엇보다 성공만을 좇지 않았던 게 실패에도 좌절하지 않았던 이유라고 입을 모은다.
“우리는 돈을 많이 벌겠다고 시작한 게 아니라 이 일을 하면 재밌겠다고 생각했어요. 주위를 보면 돈을 벌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거든요. 그러면 쉽게 무너져요. 저희도 항상 일이 잘되지 않았습니다. 실패와 도전을 즐기지 못하면, 포기하게 될 겁니다.”
무엇보다 두 대표가 지키고 싶은 제1 원칙은 브랜드 철학이다. 윤 대표는 자신의 일상에서 경험과 감정을 옷과 모자에 담는다. 자신만의 브랜드를 구현하는 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두 대표는 민관에서 패션도 투자 대상으로 바라봤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대학을 다니면서 창업을 하려고 보니, 기술 창업지원은 많았는데 디자인을 통해 사업화하려는 우리에게 필요한 창업지원은 없었어요. 그런데 반도체 수출만 수출인가 묻고 싶어요. 저희도 해외로 수출하고 있고, 외국인들에게 한국을 알리고 있습니다. 정부에서도 패션에 대해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섰으면 합니다.”
/양종곤기자 ggm1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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