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우리나라 경제 정책에는 사람을 키운다는 얘기가 없어요. 무작정 소재·부품·장비 부문에서 연구개발(R&D)을 한다고 해서 (국산화가) 되는 게 아닙니다. 사람이 없으면 소용이 없습니다.”
김기찬(61·사진) 가톨릭대 경영학과 교수는 3일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에서 서울경제와 만나 “현재 한국이 가지고 있는 최대 위기는 유능한 인재가 유입되지 않는 것”이라며 “지금은 R&D 정책보다도 인재를 유치하고 키우는 방안을 더욱 깊이 고민할 때”라고 지적했다. 지난 7월 일본이 수출규제를 나선 것을 계기로 정부에서 소재·부품·장비 국산화 R&D에 예산을 집중 투입하고 있지만 장기적인 측면에서 인재 육성이 선결돼야 한다는 의견을 드러낸 것이다.
김 교수는 중소기업 분야에서 세계적인 권위자로 통한다. 2011년 한국중소기업학회장에 이어 2013년 아시아중소기업연합회(ACSB) 회장, 2015년 세계중소기업학회(ICSB) 회장을 역임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국민경제자문회의 혁신경제분과의장을 맡기도 했다.
그는 정부의 일본 무역규제 대응에서 ‘인재’를 유치하고 양성할 대책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단순 R&D 재원 투입만 늘려 장비나 인프라만 제공하는 건 한계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는 “영웅을 키우지 않고 장비로 생산성을 높이는 시스템은 한계가 있다”는 그의 주장으로 요약된다. 김 교수는 “국민소득이 5,000달러 수준에 머무르고 있을 때는 노동력을 최대한 투입하는 요소주도형 성장이 먹히다가 1만달러 문턱 즈음 가서는 이 같은 전략이 더 이상 먹히지 않는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투자 주도 성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처럼 국민소득이 3만달러에 달하면 투자 주도 전략이 통하지 않는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노동력이 비쌀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R&D 자본투자에 집중된 정부의 소재·부품·장비 국산화 전략이 시대착오적이라고 꼬집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인적자산의 창조성과 능동성을 살려주는 ‘사람 중심 경제’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김 교수는 현 정부의 사람 중심 경제 개념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정부가 사람 중심 경제를 얘기했으면 사람에 ‘투자’를 해야 하는데 사람에 ‘지원’만 했다”며 “이것은 복지 정책과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현재처럼 고도성장기가 저물어가고 있는 상황이라면 보다 유쾌하고 창조적으로 일하게 만드는 유인책이 필요한데 현 정부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이나 문재인 케어 등 노동과 분리된 복지 정책만 강화됐다는 의미다. 노동을 ‘혁신의 주체’가 아닌 ‘투입 요소’로 봤다는 점에서는 현 정부의 R&D 정책과 소득주도 성장 정책 모두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기업인이 ‘사람 중심 기업가정신’을 발휘할 수 있게끔 토양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람 중심 기업가정신은 “꿈과 공감을 갖고 직원들에게 열정을 부여하는 것”을 뜻한다. 그는 “마이크로소프트는 박사급 인재인 인턴에게 월급 1만달러(약 1,200만원)를 준다”며 “우리나라 중소기업인들도 월급을 아까워하지 않게끔 인식을 개선하는 환경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부 차원에서 국내외 인재를 유치하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해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중국만 해도 외국인 인재를 끌어오려고 부단히 노력한다”며 “우리나라도 인재 유치 대책이 필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심우일기자 vit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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