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K금융그룹 내 계열사 간 차입 규모가 최소 1조 5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OK금융은 지분구조가 복잡한데다 인수합병(M&A)을 통한 공격적인 몸집 불리기를 하고 있어 서민금융 전반의 리스크 요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서울경제신문이 OK금융그룹 계열사의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오케이넥스트가 그룹 내 계열사를 상대로 보유하고 있는 채권은 지난해 말 현재 1조 5452억 원이다. 2023년 말(2조 137억 원)과 비교하면 23.3% 줄었지만 오케이넥스트가 보유한 총자산(2조 7770억 원)의 절반을 넘을 정도로 규모가 크다.
OK금융그룹은 창업주인 최윤 회장을 정점으로 크게 두 갈래의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한 축은 ‘최윤→오케이홀딩스대부→OK저축은행·캐피탈’이다. 오케이홀딩스대부는 OK저축은행의 최대주주로 사실상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다. 또 다른 축은 ‘최윤→J&K캐피탈→오케이넥스트→오케이홀딩스대부’다. OK금융그룹은 또 JB금융지주(지분율 10.5%), DGB금융지주(9.6%)의 지분도 10%가량 보유하고 있다.
이 중 오케이넥스트는 J&K캐피탈에 속해 있다. J&K캐피탈은 최 회장이 일본 대부업체인 A&O그룹을 인수하기 위해 2004년 설립한 페이퍼컴퍼니로 사실상 일본계 대부업체의 지주사 역할을 했다. 오케이넥스트의 전신도 러시앤캐시로 유명한 아프로파이낸셜이다. 하지만 OK금융그룹은 2014년 예주·예나래저축은행(현 오케이저축은행) 인수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금융 당국에서 2024년 말까지 대부업에서 철수하라는 조건을 내걸자 원캐싱·미즈사랑·러시앤캐시 등 J&K캐피탈과 오케이넥스트 계열 대부업체를 정리했다.
대부업 철수로 현금 창출 역량이 크게 약해졌음에도 오케이넥스트는 OK금융그룹 계열사의 자금줄 역할을 하고 있다. 오케이넥스트가 보유한 채권의 상당수는 오케이홀딩스대부의 빚이다. 오케이홀딩스대부가 오케이넥스트에 빌린 돈은 9000억 원가량이다. 오케이홀딩스대부가 오케이넥스트를 비롯해 OK금융그룹 내 기업들에 진 부채는 1조 2380억 원이나 된다.
오케이넥스트는 OK금융그룹의 지배구조도 꼬이게 만들었다. 지난해 12월 오케이홀딩스대부에 3300억 원을 출자해 보통주 지분율 40.3%를 확보한 것이 대표적이다. 당초 오케이홀딩스대부는 최 회장만 97.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던 회사였다.
부실채권(NPL) 계열사인 오케이에프앤아이대부에 그룹 내 대출채권을 몰아주는 관행도 이어지고 있다. 오케이에프앤아이대부는 J&K캐피탈이 10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다. 실제로 오케이에프앤아이대부는 지난해 총 5789억 원의 대출채권을 매입했는데 이 중 4886억 원(84.4%)을 OK저축은행과 OK캐피탈에서 사왔다.
OK저축은행의 경우 오케이에프앤아이대부와의 대출채권 거래에서 계속 수천억 원대의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OK저축은행은 오케이에프앤아이대부와의 거래에서 2537억 원의 대출채권 매각손실을 냈다. 일각에서는 OK저축은행이 계열사에 헐값으로 대출채권을 넘기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런 상황에서 OK저축은행은 최근 상상인과 페퍼저축은행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OK는 두 저축은행 중 하나만 인수해도 SBI저축은행을 제치고 자산 기준 업계 1위로 올라서게 된다. 지난해 말 현재 SBI의 자산 규모는 14조 289억 원, OK는 13조 5890억 원이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OK의 전반적인 경영 상황이 불투명하고 1인 지배 체제인 만큼 저축은행이나 증권사를 추가로 인수하면 시장의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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