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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애국’이 펀드 가입으로만 끝나선 안된다





지난달 27일 서울 여의도 모처에서 한 금융사 직원들이 이른 아침부터 분주했다.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공모펀드 홍보물을 나눠주기 위해서였다. ‘읽어보고 가입 부탁한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요즘 같은 시기에 어떤 펀드를 길거리에서 가입 독려하나 봤더니 ‘애국펀드’라고 불리는 NH아문디자산운용의 ‘필승코리아’ 펀드였다. 이날은 문재인 대통령이 이 펀드를 가입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다음 날이었다.

대통령이 애국펀드를 가입했다는 소식에 정치인, 정부 고위 관계자를 비롯해 지방자치단체장·시도교육감·지방의회 등까지 가입 대열에 들어서고 있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애국펀드 가입으로 지금의 경제 위기를 넘어서자며 강조한다. 이런 분위기 덕에 가입자는 크게 늘었고 최근 일주일 사이 펀드에 새로 들어온 자금만 약 100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 같은 분위기에 우려 섞인 시선도 적지 않다. 지금의 ‘애국 대열’이 반짝 효과에 그칠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다. 즉 활기를 찾지 못하는 국내 증시 탓에 펀드 수익률이 곤두박질친다면 상품에 남아 있을 투자자들은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다.



전례가 없는 것도 아니다. 예전에도 때마다 정치권에서 시류에 편승해 특정테마를 던지면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관련 상품을 만들어 팔아왔다. 하지만 그 결말은 사실 비극에 가깝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통일펀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통일대박론에서 비롯된 ‘통일펀드’는 많은 투자자를 실망시켰고 상당수 투자자는 펀드에서 발을 뺐다. 애국펀드 역시 같은 전철을 밟지 말라는 법이 없다. 투자 상품의 성과는 애국이라는 대의적 명분이 보장해주지 못한다.

그래서 정부 당국과 정치권에서 정작 나서야 하는 것은 국내 증시 활성화다. 국내 기업들이 예상하지 못한 외적 변수에 휘둘리지 않게끔 국민들이 뒷받침하겠다는 생각이 애국이라면 말이다. 주식시장이 활성화되지 못하면 투자자들은 이탈하게 된다. 그 결과 기업들은 자본시장에서 자금조달을 원활히 할 수 없고 이는 곧 기업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게 된다. 결국 애국펀드 가입만 홍보할 것이 아니라 기업에 안정적으로 자본이 흘러갈 수 있게끔 근본적으로 판을 재정비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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