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업체들의 액정표시장치(LCD) 저가 공세로 위기를 겪고 있는 LG디스플레이(034220)가 희망퇴직을 공식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일 경쟁사인 삼성디스플레이의 희망퇴직 실시 소식이 전해지자 인력감축을 준비 중이던 LG디스플레이도 계획을 앞당긴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탈 LCD 사업’에 속도가 붙었다는 관측이 나온다.
4일 업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는 희망퇴직 실시 계획을 조만간 사내에 공지한다. 일정 연차 이상의 생산직(OP)과 기능직(TECH) 직원이 희망퇴직 대상자다. 일부 사무직을 대상으로도 희망퇴직이 진행된다. LG디스플레이는 이달 희망퇴직을 접수한 뒤 다음달까지 퇴직 절차를 완료하기로 했다. 퇴직자들에게는 급여·상여 및 퇴직연금과 함께 퇴직위로금, 전직 지원금 등이 주어진다.
LG디스플레이의 희망퇴직은 지난해 9월 생산직을 대상으로 실시한 뒤 두 번째다. LG디스플레이는 희망퇴직 실시 사유로 ‘경영악화에 따른 비용절감 및 고통분담’을 내걸었다. 지난해에는 3,000여명이 퇴직했지만 이번에는 규모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조직별 희망퇴직 목표 인원에 미달할 경우 추가 구조조정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게 회사의 방침이기 때문이다. 조직 슬림화를 위한 조직 통합 및 임원·주재원 인원 재조정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LG디스플레이는 오는 11월을 퇴직일로 잡고 인력감축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삼성디스플레이의 희망퇴직 실시로 계획을 서두른 것으로 보인다. 전날 삼성디스플레이가 대형 디스플레이사업부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접수하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진 게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달 초부터 충남 아산시에 위치한 LCD생산라인 일부(L8-1)를 철거하는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잇따라 구조조정에 나선 것은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로 대형 LCD 패널의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한 데 따른 것이다. 8월 LCD TV 패널 가격은 전년 대비 32.1% 급락한 106달러를 기록했다. 이에 LG디스플레이는 2·4분기 3,68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삼성디스플레이도 일회성 수익을 제외하면 사실상 적자를 냈다.
이에 따라 LG디스플레이는 OLED로의 사업 전환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서동희 LG디스플레이 최고재무책임자(CFO)가 2·4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향후 단순 가동 조정이 아니라 라인을 가동해야 하는지를 포함해 고민할 것”이라고 밝힌 만큼 파주에 하나 남은 대형 LCD 라인 중단 또한 발표될 가능성이 있다. LG디스플레이는 7월 파주 P10 공장의 10.5세대 OLED 패널 생산라인에 3조원을 추가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지난달에는 중국 광저우 8.5세대 OLED 라인을 본격 가동하기도 했다.
/박효정기자 j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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