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 노동조합이 오는 9일부터 사흘간 총파업을 벌인다.
미국 GM이 대우자동차를 인수하면서 회사가 출범한 지난 2002년 이후 총파업은 처음이다. 대우자동차 시절까지 포함하면 1997년 이후 22년 만이다.
임금인상 등을 요구하는 노조와 수익성이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는 사측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면서 결국 파국을 맞았다. 현대차 노사가 8년 만에 무분규 임단협 합의를 이끌어내며 모처럼 보였던 자동차 업계의 노사협력 기대에 찬물을 끼얹었다. 미국 GM 본사가 한국GM의 생산성에 따라 물량 등을 조절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이번 파업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6일 한국GM 노조에 따르면 부평·창원공장을 비롯해 직영서비스센터 등이 9~11일 전면파업에 돌입한다. 7~8, 12, 14~15일은 특근과 잔업을 거부하는 부분파업을 이어가기로 했다. 노조는 2교대로 돌아가는 부평공장에서 8시간 파업으로 모든 생산라인을 멈춰 세우고 서문을 제외한 모든 출입구를 원천봉쇄할 방침이다.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기본급 12만3,526원(5.65%) 인상, 통상임금의 250% 규모 성과급 지급, 사기진작 격려금 650만원 지급, 지난해 축소했던 복리후생 복구 등을 요구했다. 사측은 회사의 수익성이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모든 요구를 거부했다.
한국GM 노조의 총파업 결정을 바라보는 시선은 차갑다. 지난해 8,000억원에 달하는 산업은행의 공적자금 등이 투입되며 가까스로 법정관리 위기에서 벗어난 한국GM 노조가 불과 1년 만에 임금인상 등을 이유로 또다시 파업에 돌입하기 때문이다. 이번 파업과 이어지는 부분파업을 합치면 약 1만대가량의 차량생산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부평공장에서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트랙스’와 중형세단 ‘말리부’를 생산하고 있다. 말리부는 생산물량 대부분이 국내 판매용이지만 트랙스는 80~90%가량이 해외로 수출되고 있다. 말리부와 별개로 트랙스의 경우 글로벌 GM의 생산 및 판매전략과도 연결돼 자칫 미국 GM이 부평공장을 외면하는 빌미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실제 최근 한국GM 임직원들과 만난 줄리언 블리셋 GM 해외사업 부문 사장은 “파업이 계속돼 차질이 생기면 한국GM에 배정된 물량을 조절하는 것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현재 한국GM에서 생산하고 있는 트랙스의 경우 멕시코 공장에서도 생산하고 있다. 한국GM 노조의 파업으로 생산성에 차질을 빚을 경우 남미 쪽으로 생산물량을 돌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GM은 회생계획안에 3조9,000억원에 달하는 투자계획을 포함시켰다”며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 만큼 그에 따른 실적이 나오지 않는다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알 수 없지 않느냐”고 설명했다. GM은 최근 미국과 캐나다 5개 공장을 폐쇄하고 1만4,000명을 구조 조정했다.
한국GM은 최근 5년간 누적 3조원에 달하는 순손실이 발생한 상황에서 노조의 임금인상 등의 요구는 들어주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수익성이 개선되면 처우를 개선하기로 한 기본적 약속을 이행해줄 것을 노조에 요구하고 있다. 회사의 한 관계자는 “본사는 물론 한국GM 차원에서도 일관되게 수익성과 직원들 처우를 연계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냈지만 결국 파업으로 이어져 안타깝다”며 “단순한 파업의 문제가 아니라 GM 본사가 한국GM을 바라보는 시각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현재로서 한국GM의 노사문제는 출구가 없어 보인다. 노사가 서로 강대강으로 맞서는 형국이어서 물러설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자동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차 노사의 무분규 임단협 타결로 모처럼 자동차 업계에 형성된 좋은 분위기가 한국GM 노조의 파업으로 다시 냉랭해질까 우려된다”며 “미중 무역분쟁에 한일관계 역시 경색되는 상황에서 공적자금으로 정상화된 회사 노조의 파업을 국민들이 어떤 시선으로 바라볼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민형기자 kmh20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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