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장에 대한 기대와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재선 등에 힘입어 수익률이 고공행진 하던 인도펀드의 성과가 최근 뚝 떨어졌다. 경제성장률이 6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내려가는 등 인도 경제 성장에 먹구름이 끼자 인도 증시도 내리막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 정부는 경기 부양에 총력을 쏟는 모습이지만 증시가 다시 추세적인 상승세를 타기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설정된 25개의 인도펀드는 최근 한 달 간(9월5일 기준) 평균 3.89%, 최근 3개월 간 평균 12.15%의 손실을 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올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도 1.38%까지 내려 갔다. 연초 이후 수익률 기준으로 보면 인도 펀드의 성과는 해외주식형 펀드의 주요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펀드 중에서는 ‘KB인디아’펀드의 연초 이후 성과가 -5.03%까지 떨어졌고, ‘신한BNPP인디아’는 같은 기간 -2.48%, ‘미래에셋인도중소형포커스’도 0.89% 등의 수익률 나타내고 있다.
이는 인도 증시가 올 하반기부터 약세장으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컸던 인도는 올 상반기 친기업·친시장의 모디 총리가 재집권에 성공하고 미중 무역분쟁의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예상 등이 겹치며 가파른 상승세를 보여줬다. 뭄바이 증시 센섹스(SENSEX) 지수가 지난 6월 사상 처음 4만 포인트를 넘어서기도 했다. 하지만 센섹스 지수는 지난 6일 3만6,981.77를 기록해 3만6,000선까지 내려왔다.
강세를 꺾게 한 배경에는 경제성장 대한 우려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재집권한 모디 총리가 경기 부양을 정책의 우선순위에 둘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지만 ‘모디노믹스’ 2기의 첫 예산안에는 ‘슈퍼리치’에 대한 증세와 관세율 인상안 등이 담겨있었다. 특히 과세 강화의 대상에는 외국인 투자자도 포함되는 것으로 전해지자 시장은 싸늘하게 식어갔다. 이런 상황에서 인도는 올 2·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6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인 5.0%를 기록하자 인도 경제의 불확실성이 부각되고 있다. 다급해진 정부가 과세 강화 방안 등을 철회하고 내수 부양 방침을 밝혔지만 아직 시장은 아직 미지근한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인도 증시가 상승으로 돌아설지 여부는 더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한다. 이재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기초체력(펀더멘탈) 회복이 더디기에 인도 증시의 추세적 상승은 기다려야 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추가적인 하락세가 나타나는 건 힘들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인도는 올해 들어 네 차례나 기준금리를 인하했지만 추가로 금리를 내릴 수 있는 여력이 남아 있다”면서 “경기 부양을 위해 꺼낼 수 있는 카드가 조금 더 남아있는 것으로 보이고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증시에 상당 부분 반영한 것으로 보여 추가적인 하락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완기기자 kinge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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