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과 방송통신위원회 간 소송전이 ‘망 사용료’를 둘러싼 국내 통신사(ISP)와 국내외 콘텐츠사(CP) 간 맞대결로 이어진 가운데 정부와 통신사가 국내 중소 CP의 망 사용료 인하를 검토하면서 CP 간 연대의 고리가 약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아울러 이미 수백억원의 망사용료를 내는 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CP와 무임승차에 가까운 구글 등 글로벌 CP가 처한 여건과 시장 전략도 판이하게 다른 만큼 이들의 ‘불편한 동거’가 오래가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망사용를 둘러싼 CP들의 셈법이 제각각 다른 탓이다.
8일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연내 마무리를 목표로 추진 중인 ‘망 이용 대가 가이드라인’에 스타트업과 중소 CP의 망 사용료 부담을 대폭 낮추는 방안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소기업들의 성장에 망 사용료 부담이 크게 느껴질 수 있다는 점에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기업 규모에 따라 사용료를 일정 기간 감면하거나 낮추는 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플랫폼을 지향하는 스타트업은 실제 수익을 내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는 만큼 초반 과도한 트래픽이 몰렸을 때 망 사용료도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수 있다. 최근 CP들의 연대에 참여한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 “망 비용 증가로 국내 IT 기업의 국제 경쟁력을 떨어뜨린다”고 주장한 점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통신사들이 나서 일정 기업 이하의 망 사용료를 획기적으로 낮춘다면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들은 국내외 CP들과 한 목소리를 낼 결정적인 이유가 사라진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수조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대형 CP와 본질적으로 구조가 다르다”며 “다만 아프리카TV 등 규모의 경계선에 선 CP들도 있기 때문에 기준을 잡는 과정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CP들은 상호접속고시로 통신사들이 트래픽(이용량)에 따라 서로 간 정산하는 과정에서 CP들에 부과하는 망 사용료도 커졌다고 주장했지만, 이 역시 주로 중소 CP들에 영향이 큰 문제여서 망 사용료가 낮아진다면 CP들의 목소리에 힘이 빠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결국 국내외 대형 CP들로서는 ‘망 관리 책임은 통신사’를 내세워 ISP와 맞서야 하는데 국내외 업체 간 환경 역시사뭇 다르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국내 시장이 절대적인데다 이미 수백억원의 망 사용료를 내고 있다. 반면 글로벌 CP는 한국 시장이 일부여서 상대적으로 아쉬움이 덜하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통신 품질에 대한 국내외 CP의 필요성 차이가 크기 때문에 통신사와 망 사용료를 협상할 때 힘의 차이가 생길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국내외 CP와 ISP가 서로의 필요와 경쟁 여건을 고려해 현재 망사용료 체계를 만든 만큼 네이버와 구글이 한 편으로 오래 서기 힘들다는 얘기다.
망 관리 비용을 CP가 부담하는 게 문제가 없다는 주장도 잇따라 나온다. 조대근 잉카리서치앤컨설팅 대표는 지난 6일 기자들과 만나 “신용카드 회사가 판매자나 구매자 누구에게나 수수료를 물리는 방식을 취할 수 있듯 통신사 역시 망 관리 부담을 CP나 이용자에 물릴 수 있다”고 말했다. ‘양면시장 이론’을 언급한 건데, CP에 망사용료를 물리지 않으면 서버관리를 위해 이용자들이 더 많은 부담을 짊어진다는 뜻이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망 사용료의 핵심은 국내외 기업 간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며 “국내 대형 CP들이 당장 망 이용료를 낮추겠다며 글로벌 기업들과 한 장단을 맞추는 모습을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임진혁기자 liber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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