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치킨게임’으로 위축됐던 국내 태양광 업체들이 올해 전년대비 24% 가량 증가한 글로벌 수요에 힘입어 기지개를 켜고 있다. 국내 대표 태양광 업체인 한화큐셀을 비롯해 주요 태양광 업체들의 실적이 개선되고 있어 ‘볕들 날’이 멀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10일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한화큐셀은 오는 24일부터 사흘간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열리는 현지 최대 태양광 전시회인 ‘솔라파워인터내셔널(SPI)’에서 고효율 제품라인업을 선보이며 현지 시장 공략에 고삐를 죈다. 한화큐셀은 올 1·4분기 현지 주택용 태양광 모듈 시장 점유율이 전년 대비 15.4%p 상승한 27.0%를 기록하며 1위를 기록중이다. 한화큐셀은 지난해 개최된 SPI에서는 미국에서 주력 판매하고 있는 ‘큐피크 듀오(Q.PEAK DUO)’ 시리즈를 집중 전시한 바 있다. 한화큐셀은 SPI를 발판으로 미국 주택용 시장에서의 입지를 공고히 한다는 계획이다.
한화큐셀의 수익 또한 미국 등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바탕으로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 한화큐셀의 모회사인 한화케미칼(009830)의 태양광 부문의 경우 올 1·4분기에 매출 1조 2,648억원, 영업이익 489억원을 각각 달성한데 이어 2·4분기에는 매출 1조 3,945억원, 영업이익 327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특히 2·4분기에는 고효율 모듈제품인 ‘단결정 PERC’로 생산라인을 전환해 매출을 전분기 대비 10% 가량 늘리는 등 덩치를 키워 나가고 있다.
여타 태양광 업체들도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태양광 계열사인 현대에너지솔루션의 경우 올 상반기에 전년 동기 대비 20% 가량 증가한 1,950억원의 매출과 10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으며 양면형 태양광 모듈 생산설비를 추가해 생산능력을 350MW에서 1GW로 확대할 계획이다. 태양광 모듈 제조업체인 에스에너지는 올 2·4분기 3억원 가량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흑자로 전환했으며 상반기 매출은 92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하는 등 ‘규모의 경제’를 갖춰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LG전자 또한 ‘N-타입’ 고효율 제품 출시 등으로 태양광 부문을 담당하는 BS 사업부가 올 2·4분기에 전년동기 대비 50% 가량 증가한 58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등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태양광 업체의 실적 개선 움직임이 향후 가속화 되리라 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BNEF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태양광 수요는 전년(108.7GW) 대비 24% 가량 증가한 133.4GW이며 2년뒤에는 152.0GW로 시장의 ‘공급과잉’ 우려를 해소할만큼 가파른 성장이 예상된다. 실제 미국 태양광 시장이 13.2GW에서 17.5GW로 커지고 유럽(18.3GW→21.3GW)과 인도(12.4GW→15.2GW) 시장도 점진적 성장이 예상된다. 특히 동남아와 아프리카 등 신흥국 시장 수요가 24.3GW에서 40.9GW 규모로 급성장해 한화큐셀을 비롯한 국내 업체들의 활동 영역도 한층 넓어질 전망이다. 반면 글로벌 태양광 시장을 수년간 이끌었던 중국의 경우 관련 시장이 향후 3년간 41.5Gw에 머물러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급성장했던 몇몇 중국 업체들의 파산이 예상된다. 이들은 해외 진출을 통한 출구를 찾고 있지만 최근 한화큐셀이 중국 업체를 특허권 침해 혐의로 고소하는 등 해외 개척에 제약이 많다. 결국 중국업체들이 주도했던 ‘태양광 치킨게임’이 수년내에 끝날 수 있는 시나리오가 전개되고 있는 셈이다.
태양광 업계 관계자는 “태양광 업계는 지난해 미국의 고율 관세와 중국의 보조금 폐지로 실적 부진을 겪었지만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라는 글로벌 흐름을 감안하면 장기 수요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특히 중국의 태양광 보조금 지원 정책 발표에 따른 일부 시황 개선과 미국의 세이프가드 조치 단계적 축소에 따른 무역장벽 약화로 국내 업체들의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라고 밝혔다.
/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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