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신보험이 생명보험사의 주력 상품으로 떠오른 것은 지난 2000년대 초다. 이전까지는 보험설계사가 가입자의 사망 가능성이나 사망 후의 경제적 대비를 언급하는 것 자체가 금기시되다시피 했지만, 1990년대 후반부터 사망보험금 외에 사고·질병 등의 위험 보장을 더한 상품이 출시되면서 인기를 끌었다. 현재도 여타 생명보험 상품 대비 신계약 건수가 가장 많을 정도로 인기는 여전하다. 하지만 최근 비혼, 딩크족 등 전통적인 가족상과 다른 삶을 추구하는 이들이 늘고 특히 종신보험에 대한 젊은 세대의 관심이 급감하면서 절대적인 시장 규모는 줄었다. 이에 따라 생보사들도 보다 저렴한 보험료와 다양한 보장 등으로 무장한 상품으로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대표적인 상품이 보험료를 낮춘 저해지·무해지환급형 종신보험이다. 과거의 종신보험은 사망보험금 액수가 크고 누구에게나 지급된다는 특성상 상대적으로 보험료가 비싼 편이었다. 하지만 지난 2015년부터 출시된 저해지·무해지 종신보험은 해지환급금이 아예 없거나 30~70% 줄어드는 대신 보험료가 저렴해졌다. 또 소비지출이 가장 많은 40~50대에 보장이 집중되는 대신 60세 이후에는 보험금이 축소되는 보험금 체감 방식도 적용됐다. 예를 들어 40세 남성, 사망보험금 1억원 기준 월 보험료가 26만4,000원이었던 한 생보사의 상품이 무해지환급형으로 출시되면서 월 보험료는 5만4,900원으로 줄었다.
은퇴 후 종신보험을 생활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는 상품도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삼성생명이 지난 3월 선보인 저해지환급형 ‘생애설계종신보험’은 가입자가 55~90세 사이 선택한 시점부터 일정기간 사망보장금액을 90%까지 일정 비율로 줄이는 대신 이때 발생하는 해지환급금을 매년 또는 매월 지급한다. 받는 기간도 15·20·25·30년 중 선택할 수 있다. 보험료 납입이 끝난 후에는 총납입보험료의 1.5%에 해당하는 ‘납입보너스’를, 고액 계약의 경우 ‘유지보너스’를 적립액에 더해준다.
종신보험 가입의 문턱도 낮아졌다. 암·고혈압·당뇨 등의 병을 앓았던 유병자나 고령자를 겨냥한 종신보험 출시가 늘고 있다. 과거에는 대장내시경 후 용종만 제거해도 수술 이력으로 분류돼 보험 가입이 거절되는 경우가 적잖았지만 최근에는 ‘3·2·5 원칙’에만 부합하면 가입이 가능해졌다. 3·2·5는 △3개월 내 입원수술 추가검사 필요 소견 △2년 내 질병·사고로 인한 입원수술 △5년 내 암 진단에 따른 입원수술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한화생명의 ‘간편가입 스페셜 통합종신보험’은 병력이 있더라도 3·2·5만 아니라면 무진단으로 최대 6억원까지 가입할 수 있다. 가입 연령도 최고 75세까지 확대됐다.
이밖에 의료비 보장에 대한 수요 증가를 반영한 종신보험도 다양해지고 있다. 사망 담보 외에도 저렴한 보험료의 특약을 통해 중대 질병 진단·수술·입원비 등을 보장하는 상품이다. 최근에는 교보생명의 ‘교보실속있는치매종신보험’처럼 중증치매 진단금을 지급하고 치매 관련 서비스를 제공해 치매에도 대비할 수 있는 종신보험도 판매되고 있다.
다만 종신보험에 이미 가입해 있더라도 가입액이 적어 사망보험금에 의지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삼성생명이 지난 10년 동안 지급한 가입자 1인당 평균 사망보험금은 2,995만으로 국내 전체 가구의 1년 소비지출액(3,045만원)보다도 부족하다. 미국(16만3,000달러·약 1억9,000만원), 일본(2,255만엔·약 2억4,000만원)과 비교해도 턱없이 적은 금액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종신보험은 유가족을 위한 경제적 지원이라는 생명보험의 기능에 가장 충실한 상품”이라며 “갑작스러운 사망과 이후의 상황에 대한 고민을 미루기보다 진지하게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종신보험은 장기 상품인 만큼 가입하기 전 중도해지 가능성 등을 고려해야 한다. 종신보험 계약을 중도해지하면 원금 손실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특히 저해지·무해지 상품은 중도해지 환급금이 적거나 아예 없기 때문에 더욱 신중하게 가입해야 한다. 최근 출시가 늘어난 변액종신보험은 일반 변액보험과 마찬가지로 가입자가 낸 보험료에서 사업비를 제하고 펀드로 운용하는 상품이다. 이 때문에 수익이 나기까지 7년 이상 기다려야 하는 장기 상품이라는 점, 가입자가 적극적으로 펀드를 택하는 등 운용에 개입해야 한다는 점 등을 염두에 둬야 한다. /유주희기자 ging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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