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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가 남긴 것..차이나 굴기·8K 패권 경쟁

내년 초 CES 화두는 5G 전망

매년 이맘때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19’가 끝났습니다. IFA는 연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와 함께 쌍벽을 이루는 전시회지만 CES에 비해서는 큰 관심을 받지 못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CES에서는 많은 신제품들이 소개되면서 주목을 받지만 IFA에서는 사실상 신제품을 만나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IFA는 많은 이야기 거리들을 남겼습니다. 그래서 추석 연휴를 맞아 IFA를 정리하는 시간을 한 번 가져보고자 합니다.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인 IFA가 열린 독일 베를린의 ‘메세 베를린’ /사진=고병기기자




◇IFA를 점령한 중국 업체들=이번 IFA에서는 중국 업체들의 성장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개막 첫 날은 중국을 대표하는 정보기술(IT) 업체인 화웨이가 전시장을 점령했습니다. 리차드 위 화웨이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6일(현지시간) 개막 기조연설을 맡았습니다. 중국 업체가 개막 기조연설을 맡은 것도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IFA에서 발행하는 매거진의 개막 첫날 표지모델도 리차드 유 화웨이 CEO가 차지했습니다. 리차드 위 화웨이 CEO는 개막 기조 연설에서 세계 최초로 5세대 이동통신(5G) 통합칩 ‘기린 990 5G’을 개발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특히 그는 경쟁사인 삼성전자(005930)와 퀄컴과 직접 비교하면서 기술적 우위를 과시하기도 했습니다. 화웨이는 IFA 전시장뿐만 아니라 IFA가 열리는 베를린 시내 곳곳에 자사 스마트폰을 소개하는 홍보물을 내걸기도 했습니다.

화웨이 외에도 하이얼, 하이센스, TCL, 창홍, 스카이워스 등 많은 중국 업체들이 이번 IFA에서 자사 제품을 전시하면서 기술력을 과시했습니다. 올해 IFA는 전 세계 1,895개 업체가 참여한 가운데 약 41%인 787개의 중국 기업이 전시관을 차렸습니다. ‘한 집 건너 한 집’이 중국 전시관인 셈입니다. IFA가 아닌 CFA라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이를 두고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화웨이가 상대적으로 미국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운 유럽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리차드 유 화웨이 CEO가 6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 2019’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고병기기자


◇본격화된 8K 패권 경쟁=제품별로 살펴보면 올해 IFA에서 가장 관심을 끌었던 것은 각 업체들의 8K TV 경쟁입니다. 앞서 통상적으로 IFA에서는 업체들이 신제품을 출시하지 않아 관심이 떨어진다는 얘기를 드렸지만 작년 IFA에서는 삼성전자가 처음으로 8K TV를 선보이면서 많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당시 삼성전자가 이례적으로 CES가 아닌 IFA에서 8K TV를 공개한 것은 관련 시장을 그만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이후 올 초 열린 CES만 하더라도 TV제조업체들의 8K TV 경쟁이 본격화되지는 않았습니다. 시제품을 선보인 곳이 있기는 했지만 상용화 제품을 선보인 곳은 많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번 IFA는 분위기가 완전 달랐습니다. 삼성전자와 LG전자(066570)뿐문 아니라 중국의 TCL, 스카이워스, 하이센스, 콩카, 일본의 소니와 샤프 등 대다수의 업체들이 8K TV를 선보였습니다. 특히 TCL은 인공지능(AI)을 탑재한 8K TV와 5G를 결합한 제품을 선보이는 등 중국 업체 가운데 가장 많은 7가지의 8K 제품을 전시했습니다. 전시장에서 만난 TCL 관계자는 “올해 말부터 유럽에서 판매를 시작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스카이워스는 삼성전자보다 큰 120인치를 비롯해 88인치·75인치 등 3종류의 8K 제품을 선보였으며 하이센스도 8K TV 제품 2종을 공개했습니다. 콩카는 LG전자와 비슷한 형태의 월페이퍼 8K TV를 전시하기도 했습니다. 일본의 샤프는 120인치 8K TV를 선보이면서 기술력을 과시했으며, 소니도 98인치 8K TV를 전시했습니다.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19’에 마련된 중국 가전업체 TCL의 전시장. TCL은 이번 IFA에서 중국 업체 가운데 가장 많은 7종의 8K TV 제품을 출시했다. /사진=고병기기자




업체들 간의 신경전도 치열했습니다. 특히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치열한 자존심 싸움을 벌였습니다. 포문을 연 건 LG전자 입니다. LG전자는 이번 IFA에서 작심한 듯 삼성전자의 8K TV가 국제 규격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며 공개적으로 문제 제기를 했습니다. 박형세 LG전자 TV사업운영센터장(부사장)은 “소비자들이 8K TV를 구매할 때 정확히 무엇을 구매하는지, 국제기준에 맞는지 알 권리가 있다”며 “경쟁사(삼성전자)의 8K TV는 국제 표준에 못 미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LG전자는 이번 IFA 전시회장에 자사의 8K TV와 삼성전자 제품의 화질을 비교하는 별도 공간을 마련하기도 했습니다. LG전자는 삼성전자가 선보인 8K TV가 사실상 4K 수준이라고 평가절하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1등을 흠집 내기 위한 주장일뿐이며 별다른 대응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삼성전자의 무대응에도 불구하고 양사의 8K TV 화질 논쟁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LG전자가 계속해서 8K TV 화질에 대한 진실을 알리겠다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8K TV 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패권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19’에 마련된 LG전자 전시장에서 관람객이 LG전자의 8K TV와 타사 제품의 화질을 비교해보고 있다. /사진=고병기기자


◇기대에 못 미친 5G 기술.. 내년 CES에서 화두 될 듯=5세대 이동통신(5G) 관련 제품과 기술을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애초 많은 업계 관계자들이 이번 IFA에서 5G가 가장 큰 화두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실제 IFA가 발행하는 매거진 첫날 표지에도 ‘IFA가 5G의 세계 수도가 된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IFA 전시장에서는 5G와 관련된 구체적인 변화상을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한국 업체들만 그나마 체면치레를 했습니다. 삼성전자가 공개한 ‘갤럭시노트10’, ‘갤럭시폴드’와 LG전자의 신제품‘LG V50S 씽큐’ 모두 5G가 가능한 제품이지만 화웨이나 샤오미, 레노버 등 중국 기업들은 모두 구형 제품을 선보이는 등 기대에 미치지 못한 모습이었습니다. 아마도 5G와 관련된 구체적인 변화상은 내년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에서 확인 가능할 것 같습니다.

/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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