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산업 클러스터가 대부분 중복돼 있습니다. 지역균형발전 계획을 전면적으로 다시 살펴봐야 합니다.”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 이사장 등을 지낸 국양(사진)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총장은 26일 “중앙 및 지방 정부가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지역별 산업 클러스터화를 추진해왔지만 상당 부분 서로 중복된다”며 정부가 추진 중인 지역별 과학기술균형발전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와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공동주최한 ‘2019 국가 과학기술혁신 국회 대토론회’를 통해서다.
국 총장은 이날 기조발표에서 정부가 지난해 마련한 ‘제4차 균형발전 5개년계획’의 내용 등을 소개하며 “지역마다 굉장히 많이 겹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이 같은 클러스터 중복투자를) 통제를 하지 않고 있으며 각 지방들은 (자신들이 유치하려는 분야에 대해) 모든 산업 분야를 나열하는 형태”라고 부언했다. 예를 들어 에너지 산업, 헬스케어, 전기차 등은 여러 지역이 너도나도 유치하겠다고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중앙정부가 큰 밑그림을 그리고 지역별 특성과 여건에 맞춰 서로 차별화된 산업 클러스터를 균형 있게 키우기보다는 각 지역이 자신의 역량에 대한 제대로 된 고려 없이 유치하겠다고 신청한 목록을 짜깁기하듯 모아놓은 수준에 불과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실제로 국 총장은 “많은 경우 지역들이 자신의 특성과 맞지 않는 투자를 하고 있다”며 “어떤 곳은 지향하는 것은 단순히 고부가가치 산업인데 실제로 하는 것은 그렇지 않은 분야”라고 비판했다. 지역 여건과 무관한 연구개발(R&D)을 하는 경우도 많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또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가 연구개발(R&D) 기획을 스스로 할 만큼의 자율역량을 갖추지 못해 미흡하며 중앙정부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그는 “변화하는 산업시대에 지역별 산업 분담계획에 확신이 있나”라며 정부와 지자체에 되물었다. 이어 “지역균형개발이 정말 심각한 과제인가”라며 “예를 들어 자동차는 정말 경남에서 해야 하고 호남에선 해서는 안 되며 호남에선 광산업을 해야 하고 경남에선 해서는 안 되는 것인지, 정말 그런 것이 맞는 모델인지 심각히 생각해야 한다”고 환기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지방으로의) 대기업 이전을 원하지만 대기업은 연구개발 부문의 경우 평택 이남으로 내려가게 하지 않으려 하고 소프트웨어 부문도 판교 이남으로 안 내려가려고 한다”며 “그런데도 아직까지 (이에 대한 정부의) 해결책은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국 총장은 주된 해결책의 하나로 지역에서 우수한 인재 확충 및 지속 보유가 가능하도록 인프라를 갖춰야 한다고 제언했다. 심각성을 환기하기 위해 DGIST가 위치한 대구의 경우도 현지에서 성공한 소프트웨어 기업이 인재를 구하지 못해 결국 판교로 본사를 이전한 사례를 들기도 했다. 아울러 지자체가 스스로 자신의 산업적 역량을 명확히 분석해 어떤 형태의 산업을 유치해야 하는지 필요성을 고민하고 산학연 공동연구 등의 체계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책연구기관들의 본원을 지역으로 강제이전하거나 지방 분원을 만드는 것으로는 지역 활성화에 한계가 있으며 반도체면 반도체, 자동차면 자동차라는 하나의 산업군 전반을 지역별로 확실하게 배분해야 지역균형발전이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민병권기자 newsroo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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