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한국으로 수출을 규제한 반도체 소재부품 3개 품목(불화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 불화수소)의 특허 수준이 한국을 크게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한국이 3개 품목의 국산화에 성공하더라도, 기술을 선점한 일본으로부터 특허 소송을 당할 수 있다는 의미다.
27일 대한변리사회의 ‘소재부품 기반 기술 국산화를 위한 원천특허 대책 특별위원회’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디스플레이 제조에 쓰이는 불화 폴리이미드의 경우 자국 출원 대비 해외 출원 비율이 한국은 40%에 그친 반면, 일본은 53%로 조사됐다. 해외 출원 국가 수 역시 한국은 2.4개국에 그쳤지만, 일본은 3.6개국이다. 하지만 한국화학연구원(38건), 카이스트(12건), 연세대 산학연(11건) 등 국내 출연연 등이 보유한 불화 폴리이미드 관련 특허 112건 중 일본에 등록된 기술은 한 건도 없다. 대책위는 “국내에만 특허를 출원하는 것은 해당 기술 수준이 높지 않거나 해외 출원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이라며 “아직까지 일부 출연연의 경우 뚜렷한 특허 전략 없이 허울뿐인 특허를 양산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조우제 대책위 소위원장도 “일반적으로 기업들은 기술이 우수하거나 해외 시장을 목표로 하는 경우 해외 출원을 한다”며 “일본이 우리에 비해 해외 출원이 더 많다는 것은 일본이 우수한 기술을 더 많이 가지고 있거나, 기술을 특허로 보호하려는 의지가 더 강하다는 걸 의미한다”고 부연했다.
반도체 기판 제작에 주요 사용되는 포토레지스트의 경우도 비슷한 상황이다. 국내 등록 특허의 64%를 일본이 차지했고 한국은 27%에 불과했다. 일본 내 특허 역시 일본이 85%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반면 한국은 3.7%에 그쳤다. 상대 국가에 출원한 비율로는 일본이 한국 보다 17배 앞섰다.
반도체 공정에서 회로에 패턴을 형성하는 식각(Etching)공정에 주로 사용되는 불화수소 특허도 일본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불화수소 관련 특허의 절반을 일본(46%)이 보유했다. 이어 미국(25%), 한국(8%) 순이다. 실제 세계 시장에서 일본의 점유율은 70% 이상이다. 이 때문은 한국은 전체 물량의 95% 이상 일본산 고순도 불화수소를 수입해왔다.
전광출 위원장은 “주요 소재부품의 한·일 특허를 분석한 결과 양적인 수준은 물론 해외 특허의 비중 등 질적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에서도 한국이 열세에 놓여 있다”며 “민간에서 투자하기 어려운 최첨단 기술 분야에서 특허 분석과 회피 설계를 통한 적극적인 특허 경쟁력 제고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대책위는 지난달 23일 변리사 47명이 모여 발족했다. 일본이 수출 규제한 3개 품목에 대한 각각의 소위를 구성, 한 달간 관련 기술을 보유한 한·일 기업의 특허를 분석해 왔다. 변리사회는 이번 대책위 결과를 정부, 주요 기업에 제공하고 기술 국산화를 위한 활동을 지속할 계획이다.
/양종곤기자 ggm1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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